부동산

“서울집값 4년전 수준 간다, 영끌족 몰린 중저가 하락폭 더 클 것”

Sator 2022. 11. 14.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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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수지가 만난 사람] 빅데이터 분석으로 올해 집값 하락 예측한 김경민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

지난해 발간한 저서‘부동산트렌드 2022′에서 빅데이터 분석으로 올해 집값 하락을 예측한 김경민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는 내년엔 집값 하락세가 더 가파를 수 있다고 전망했다. 김 교수는“주택 시장은 내년이 더 고통스러울 것”이라며“정부는 부동산 하락기에 충분한 공급 물량을 확보하고, 부동산 금융을 고도화하는 데 주력해야 한다”고 했다. /김지호 기자
급격한 금리 인상 여파로 올 들어 전국 집값이 가파르게 내리고 있다. 그러나 작년 연말까지만 해도 최근 같은 부동산 경기 위축을 예측한 사람은 드물었다. 국토연구원 같은 주요 연구기관도 도심권 주택 공급 부족과 전·월세 시장 불안으로 올해도 집값 상승 추세가 이어질 것이라 전망했다.

모두가 가격 상승을 점칠 때 김경민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는 “2022년 서울 아파트값이 최대 20%까지 하락할 것”이라는 주장을 펼쳐 시장의 주목을 받았다. 하버드대에서 도시계획과 부동산 연구로 박사 학위를 받은 김 교수는 미국 부동산 리서치 회사에서 일할 때 글로벌 도시의 오피스 건물 가격과 임대료, 공실률을 예측하는 모델을 설계·운영했다. 그는 이 모델을 서울 주택 시장에 맞게 재설계해 집값 예측에 활용하고 있다. 지난 9일 서울 광화문에서 만난 김 교수는 “최근 주택 시장 침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큰데 내년이 더 고통스러울 것”이라면서도 “정부는 집값 하락기에 충분한 공급 물량을 확보하고, 부동산 금융을 고도화해 향후 부동산 경기가 다시 살아날 때 안정된 시장 환경을 만드는 기반을 다져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 집값, 4년 전으로 돌아간다”


-내년 집값이 더 가파르게 내린다고 예측하는 근거는?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가 인플레이션을 잡겠다는 의지가 여전히 강력해 지속적인 금리 인상이 예상된다. 이에 한국은행도 내년까지는 기준금리 인상이 불가피하다. 부동산 가격은 수요와 공급과 같은 ‘공간 시장’과 투자와 관련한 ‘금융 시장’의 영향을 받는데, 주택 시장의 대외 변수가 안정적이라면 공간 시장의 영향력이 더 크다. 그렇지만 지금처럼 주택 시장을 둘러싼 대외 환경이 불안한 상황에선 금융 시장, 즉 금리의 영향을 가장 크게 받는다. 따라서 내년 집값 향방은 금리가 가장 중요한 요소가 된다. 국내 기준금리가 내년 말까지 지속적으로 올라 3.5%에 이른다고 가정하면, 서울 집값은 최대 30%까지 내려 2018년 4분기 수준으로 돌아갈 것으로 본다.”

-어떻게 그런 수치가 나온 것인지.

“부동산 시장의 흐름을 판단할 때 가장 중요한 지표가 투자수익률이다. 국내엔 아직 아파트 투자수익률을 산출하는 기관이 없다. 내가 운영하는 서울대 ‘공유도시랩’이 유일하다고 본다. 부동산은 투자수익률이 기준금리나 국고채 10년물 금리보다 높아야 한다. 그런데 현재 서울 아파트 투자수익률은 1.75%(올해 6월 기준)로, 국고채 금리(3.89%)는 물론 기준금리(3.0%)에도 한참 못 미치는 상황이다. 부동산 투자수익률은 통상 1년 치 월세를 매매 가격으로 나눠 산출한다. 한국에서 아파트 월세는 전·월세 상한제로 인해 2~4년간 사실상 고정된다. 이 때문에 기준금리에 맞춰 투자수익률이 정상화되는 과정에서 매매 가격이 내릴 수밖에 없다. 따라서 적정 수익률을 산출한 뒤 실제 투자수익률과의 차이를 계산하면 집값 단기 조정 폭을 도출할 수 있다. 여기에 수요·공급 모형과 임대료 모형까지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가격 하락 폭을 예측할 수 있다.”

-집값이 더 많이 내리는 지역을 꼽을 수 있나?

“서울 강북권의 중저가 아파트 밀집 지역은 집값이 2018년 중반 수준으로 돌아갈 가능성도 있다. 통상적으로 서민층 수요자가 많은 지역의 집값은 등락 폭이 크지 않다. 그러나 2020~2021년 저금리 기조 속 유례없는 ‘패닉 바잉(공황 매수)’과 ‘영끌족’의 가세로 서울 외곽 지역도 아파트 값이 무섭게 올랐다. 철저하게 유동성 때문에 집값이 급등했기에 금리 인상 영향을 다른 지역보다 더 강하게 받을 것이다. 다만 집값이 내려 6억원 이하 주택 물량이 많이 늘어날 경우 시중은행보다 저렴한 보금자리론 등 정책 대출을 받을 수 있어 실거주 위주의 매매 수요가 붙을 수 있다. 정책 대출이 가격 지지선 역할을 해 예측한 수치만큼 가격이 내려가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원희룡(왼쪽) 국토교통부 장관이 지난 10일 열린 부동산 관계장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정부는 이날 서울과 경기도 4곳을 뺀 규제지역을 모두 해제했다. /뉴시스

”일본식 장기 침체는 없다”


-최근 집값 하락이 일본 같은 장기 침체로 이어질까 우려하는 시각도 있다.

“일본은 1990년대 초 부동산 버블이 터지기 전 LTV(주택담보대출비율)가 거의 100%에 달했다. 자기자본이 하나도 없이 집을 살 수 있었다는 뜻이다. 금융권이 매수자 리스크 관리를 전혀 안 했기 때문에 거품 붕괴의 강도가 컸고, 그 후폭풍도 길었다. 그러나 한국은 LTV를 비롯해 DTI(총부채상환비율),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등의 금융 규제가 안전장치 역할을 하고 있어서 장기간의 폭락으로 이어지진 않을 것이다.”

-한국도 일본 같은 초고령화 사회로 향하고 있다. 생산가능인구가 줄고, 주택 구매 수요도 감소해 집값이 계속 내릴 것이란 반론도 있다.

“인구구조 변화가 주택 수요에 영향을 미칠 수 있지만, 전국 집값이 장기 하락하기는 어렵다. 주택 수요에는 인구뿐만 아니라 소득도 함께 작용한다. 임금 상승이 장기간 정체된 일본과 달리 한국은 꾸준히 소득이 오르고 있다. 서울로 진입하려는 대기 수요가 여전히 많아 서울과 지방 간 양극화가 심해질 수 있지만, 장기 침체로 이어질 가능성은 작다. 미국에서도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로 집값 폭락을 겪고서 MZ세대 같은 젊은 층의 라이프 스타일 변화로 집을 사려는 수요가 대폭 줄어들 것이란 관측이 나왔다. 그러나 코로나 팬데믹 이후 모기지 금리가 낮아지자 주택 시장에 가장 적극적으로 참여해 집값 상승을 이끈 것이 MZ세대다.”

-그럼 최근의 집값 급락세는 언제쯤 진정될까.

“가장 중요한 전환점은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이 언제 멈추느냐다. 인플레이션이 꺾이기 시작하면 기준금리를 일정 수준까지 올린 다음 최소 6개월 정도 동결할 것으로 보인다. 이후 미국이 금리를 내리기 시작하면 한은도 움직일 거다. 두 번째는 거래량이다. 2015~2016년 서울 부동산 거래량이 연간 기준 2~3배 늘었는데, 이게 집값 하락세가 끝났다는 신호였다. 마지막으로 매도 호가(呼價) 추이를 살펴야 한다. 3000가구 이상 대단지의 전용면적 59㎡나 84㎡ 매도 호가의 최저가를 월별로 추적해보면 좋다. 호가의 최저가가 실거래가보다 높아지는 시기가 오면 집값이 바닥을 찍었다는 신호로 볼 수 있다. 무주택자는 이 세 가지 포인트를 바탕으로 시장 흐름을 유심히 살피면서 내 집 마련의 시점을 결정하면 좋을 것이다.”

부동산 정책, 수요 진작보다 공급 안정에 방점 둬야


-정부가 이자 부담으로 고통받는 영끌족을 위해 저금리로 갈아탈 수 있는 ‘안심전환대출’ 대상을 9억원 주택까지 확대하기로 했다.

“투자의 성패는 결국 본인 책임이기 때문에 정부가 세금으로 영끌족에게 일방적인 혜택을 줘선 안 된다고 생각한다. 다만, 이들이 빚을 갚지 못해 부실채권이 됐을 때 금융시장에 발생할 수 있는 후폭풍이 워낙 크기 때문에 관리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정부가 금융 지원을 해주는 만큼 주택 지분을 갖는 ‘지분 공유제’를 제안하고 싶다. 일정 기간 집을 팔지 못하게 하고, 매각 후 차익을 정부와 나눠 갖는 방식이다. 이렇게 하면 정부와 영끌로 집을 산 주택 보유자가 금융비용 증가에 따른 리스크를 헤지(위험 회피)할 수 있다. 정부가 이렇게 확보한 재원을 주거 약자를 위한 복지에 활용하면 형평성 논란도 벗어날 수 있다.”

-출범 6개월이 지난 윤석열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어떻게 평가하나.

“정부가 최근 거래량 회복을 위해 규제지역을 대거 해제하고, 대출 관련 규제도 풀어주고 있다. 나 역시 지나친 규제에 반대하기에 방향성은 맞는다고 보지만, 시점에 문제가 있다고 본다. 지금은 금리가 다른 요인을 압도하는 시기여서 주택 시장에 수요를 진작시키는 정책의 실효성이 떨어진다. 위축된 수요를 살리겠다고 규제를 어설프게 풀면 가계부채 관리에 대한 정부의 의지에 물음표만 붙을 위험이 있다.”

-그럼 정부는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하나.

“정부가 5년간 민간 주도로 270만가구를 공급한다고 발표했지만, 시장 상황이 녹록지 않다. 부동산 PF(프로젝트파이낸싱) 대출 시장이 마비되면서 건설 경기가 크게 위축됐고, 주택 착공이 급감하면서 민간의 역할 분담을 기대하기 어렵다. 이런 상황이 지속하면 나중에 금리가 내리고 부동산 경기가 회복되면, 서울을 중심으로 주택 공급이 부족해 집값이 폭등할 우려가 있다. 이런 상황을 막으려면 정부는 서울 같은 요지에 최대한 많은 토지를 확보해 언제든 주택 공급 확대가 가능하다는 신호를 시장에 보내야 한다. 임대주택 시장에서 민간의 참여를 늘리고 장기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대규모 공공 리츠(REITs·부동산간접투자) 상품을 만드는 것도 고려해볼 수 있다. 부동산 금융 정책의 수혜 대상은 중산층과 서민이 돼야 한다. 금융 지원 방식에 일관성이 있어야 실수요자들이 장기적인 관점에서 내 집 마련을 계획할 수 있다. 지금처럼 정권이 바뀌거나, 시장 상황이 변할 때마다 LTV가 널뛰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김경민

1972년생. 서울대 지리학과를 졸업하고 미 오러클에서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로 일했다. UC버클리 정보시스템 석사를 거쳐 하버드대에서 도시계획·부동산 연구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2006~2008년 미 보스턴 소재 상업용 부동산 리서치 회사 PPR에서 선임연구원으로 근무하며 부동산 가격 예측 모형을 구축하고 글로벌 부동산을 연구했다. 2009년부터는 서울대 환경대학원에서 도시지역계획학을 가르치고 있다. 작년부터 빅데이터 분석으로 부동산 시장을 전망하는 ‘부동산 트렌드’ 시리즈를 매년 출간하고 있다.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23/0003728209?sid=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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