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나와도 예술가와 작곡가와 개발자들은 끝까지 살아남는다고 했다. 그런데 현실은 정반대다. 그들이 가장 먼저 사라지게 생겼다.”
챗GPT 등장 이후 생성 AI 열풍이 전 세계를 덮쳤다. 생성 AI는 말 그대로 글, 사진, 음악, 영상 등을 바로 만들어주는 인공지능이다. 글과 사진 그리고 각종 프로그램 개발 수식까지 10초 만에 뚝딱 만들어주는 인공지능 프로그램 등장에 인류는 ‘충격’에 휩싸였다.
무엇보다 인류를 경악하게 한 것은 지난 인류의 예측과는 ‘반대’로 흘러가는 흐름이다. 그간 창작과 프로그램 개발은 AI가 절대 대체할 수 없는 영역이라 여겨왔다. 실제로 10년 전만 해도 창작 활동을 하는 작가와 작곡가 그리고 화가는 AI가 득세해도 살아남을 직업이라는 예측이 강했다. 막상 생성 AI가 등장하니 상황은 정반대가 됐다. 사용자가 원하는 느낌을 입력하면 글·노래·그림을 순식간에 뽑아낸다.
챗GPT를 포함한 생성 AI가 불러온 변화는 단순히 예술이나 검색 장르에 국한되지 않는다. 사무실에서는 ‘혁명’이 일어나는 중이다. MS워드, 한글, 파워포인트 등 작업을 순식간에 해낸다. 시간 낭비가 일상이던 단순 사무 처리가 몇 분 만에 종료된다. 자연어(사람이 쓰는 언어)가 아닌 컴퓨터 언어, 코딩을 활용하는 개발 분야는 파급력이 더 크다. 챗GPT는 물론 깃허브의 코파일럿 등은 사실상 ‘개발자’를 대체한다. 현장에서는 개발자들이 일일이 오류를 잡던 시대는 끝이 났다는 말까지 돈다. 일부 스타트업은 인건비 절약을 위해 개발자를 AI로 대체하기도 했다.
구요한 커멘드스페이스 대표는 “개발업계 관계자들은 챗GPT의 개발 능력이 3년 차 개발자 수준이라고 한다. 특히 파이썬을 활용한 코딩은 수준급”이라고 설명했다.
일러스트=정윤정기자챗GPT 제대로 활용하려면
원리 알고 ‘프롬프트’ 적절히 써야
챗GPT를 포함한 생성 AI를 보다 유용하게 쓰려면 작동 원리를 알아야 한다. 챗GPT, 구글 바드, MS 빙 등 현재 주목받고 있는 AI들은 ‘언어 모델’이 기반이다. 수천억 개 단어를 익히게 한 뒤, 상황에 맞는 단어를 예측해 답하는 식이다. 업계에서는 ‘통계학적인 앵무새’라고 표현한다. 챗GPT에 쓰인 GPT-3.5 엔진의 경우 1750억개의 파라미터(잠깐용어 참조)를 활용, 머신러닝이 이뤄졌다. 이후 사람의 손으로 만든 양질의 데이터를 덧붙이고, 윤리적으로 잘못된 표현이 나오지 않도록 선별하는 작업을 거친다.
학습된 데이터를 바탕으로 답변을 ‘예측’하는 원리로 이뤄지기 때문에, 사용자의 질문에 따라 나오는 답변 수준이 천차만별이다. AI에 명령하는 문장을 ‘프롬프트’라고 하는데, 프롬프트가 직관적이고 구체적일수록 원하는 답변을 쉽게 얻을 수 있다. 상황에 맞게 다른 언어를 쓰는 것도 방법이다. 생성 AI들은 대부분 영어 문장을 기반으로 내용을 학습했다. 코딩 등 작업을 할 때는 영어로 프롬프트를 입력하는 게 가장 좋다. 반면, 가사를 만들고 싶다거나, 간단한 소설 등을 쓸 때는 해당 언어로 프롬프트를 입력해야 정확한 답변이 나온다.
“AI를 잘 활용하는 사람들의 경우 생산성이 폭발적으로 늘어난다. 챗GPT를 사용하면 업무를 할 때 20%의 역량만 쏟아부어도 기존 결과물의 70~80% 수준에 해당하는 결과물이 나온다. 부족한 20~30%는 사람이 피드백만 주면 다시 잘 쓸 수 있다. 굉장히 유용하다. 문서 작성, 엑셀은 기본이다. 어떤 회사든지 임원급 정도 인사이트가 있는 사람이라면, 다른 사람 없이도 유의미한 결과물을 만들어낼 수 있다.”
구요한 대표의 설명이다.
챗GPT 업무에 활용해보니
노트북 리뷰도 뚝딱, 카드뉴스까지
챗GPT 실무 활용법.
현재 유튜브에서 가장 ‘핫’한 검색 키워드다. 코딩 정보를 공유하는 채널, 사무용 프로그램 사용법을 알려주는 채널 등을 가리지 않고, 챗GPT 활용법 영상이 꾸준히 올라온다. 온라인에서만 화제를 모으는 게 아니다. 오프라인 모임도 활발하다. 활용법을 공유하는 스터디가 만들어질 정도다. 그야말로 ‘열풍’이다.
챗GPT가 과연 실무에 도움이 될까. 기자 업무에 필요한 카드뉴스 제작, 리뷰 기사 작성에 실제로 써봤다. 가장 최신 엔진인 GPT-4를 쓰기 위해 20달러를 지불하고 유료 버전을 사용했다.
IT 분야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리뷰 기사’를 주문했다. 최근 선보인 삼성전자 갤럭시북3 프로 모델을 리뷰하는 기사를 써달라고 했다. 프롬프트는 다음과 같이 입력했다.
“삼성전자 갤럭시북3 프로 NT960 XFT-A51A를 리뷰하는 기사를 써줘.”
유료 모델인 덕분일까. 대답 속도는 순식간이다. 챗GPT는 다음과 같은 대답을 내놨다.
“삼성전자 갤럭시북3 프로 NT960 XFT-A51A는 삼성전자의 고성능 노트북 시리즈인 갤럭시북3 프로의 최신 모델 중 하나입니다. 이 제품은 다양한 기능과 강력한 성능으로 사용자에게 매우 높은 만족도를 제공합니다.
먼저, 이 제품은 15.6인치 FHD (1920x1080) IPS 디스플레이를 탑재하고 있습니다. 디스플레이 해상도와 색감이 매우 우수하며, 화면이 깨끗하고 선명하게 보입니다. 또한, 밝기와 시야 각도도 매우 탁월합니다.
이 노트북은 인텔 코어 i7-1165G7 프로세서와 NVIDIA GeForce MX450 그래픽 카드를 탑재하고 있어, 고성능 작업을 수행할 수 있습니다. 또한, 16GB의 LPDDR4x RAM과 512GB의 NVMe SSD를 장착하고 있어, 빠른 작업 속도와 대용량 저장 공간을 제공합니다. 이 노트북은 USB-C, USB-A, HDMI, 이더넷 포트 등 다양한 포트를 탑재하고 있어 다양한 기기와 연결이 용이합니다. 또한, 키보드와 터치패드의 반응이 빠르고 정확합니다. 마지막으로, 이 제품은 뛰어난 배터리 수명을 자랑합니다. 69.7Wh의 배터리를 탑재하고 있어, 일반 사용에서는 9시간 이상의 배터리 수명을 제공합니다.”
그럴듯한 대답에 만족하던 찰나, 이상함을 느꼈다. 실제 스펙과 비교해보니 세부 스펙이 모두 다른 상태였다. 2023년이 아닌 2021년 나온 갤럭시북의 스펙과 유사했다. 잘못된 정보를 그럴싸하게 대답하는 ‘환상’ 현상이 일어났다.
다른 원인은 챗GPT의 ‘학습 기간’ 영향이 컸다. 현재 챗GPT 엔진은 2021년까지 작성된 각종 인터넷 문서, 위키피디아, 신문 기사를 학습시킨 모델이다. 따라서 최신 정보가 반영돼 있지 않다. 최신 기기의 경우 정확한 리뷰를 위해서는 프롬프트를 작성할 때 정보를 업데이트해야 한다는 조언을 듣고 다시 시도했다.
이번 프롬프트에는 직접 세부 스펙을 적은 뒤, 리뷰를 요구했다. 이전보다 훨씬 높은 수준의 답이 돌아왔다.
“삼성전자의 갤럭시북3 프로 NT960XFT-A51A는 2023년 출시 예정인 고성능 노트북입니다. 이 제품은 대형 16인치 AMOLED 패널을 탑재하고 있으며, 해상도는 2880x1800(WQXGA)으로 선명하고 고화질의 화면을 보여줍니다. 또한, 16:10의 와이드 화면 비율과 120Hz의 고주사율을 갖고 있어서, 화면 움직임이 부드럽고 자연스럽게 나타납니다.
이 노트북은 인텔 코어i5-1340P 프로세서를 탑재하고 있으며, 랩터레이크 코드명으로 불리며, 고성능 작업을 수행할 수 있습니다. 또한, 16GB의 LPDDR5 RAM을 탑재하고 있어 다중 작업을 하더라도 빠르고 효율적으로 처리할 수 있습니다. 그래픽 카드는 NVIDIAⓇ GeForce RTX™ 4050 Laptop GPU를 탑재하고 있어서 고성능 그래픽 작업을 수행할 수 있습니다. 이를 통해, 게임이나 그래픽 작업을 할 때 매우 높은 성능을 발휘할 수 있습니다.
이 노트북은 무게가 1.56㎏으로 상당히 가벼우면서도 대형 화면을 탑재하고 있어 이동성에도 불편함이 없습니다. 또한, 출시연도가 2023년으로 최신 기술을 적용하고 있습니다.
갤럭시북3 프로 NT960XFT-A51A는 대형 AMOLED 패널, 고주사율, 뛰어난 성능, 출시연도 등 다양한 기능을 제공하는 고성능 노트북입니다.”
기사와 달리 글의 내용이 적은 카드뉴스 제작의 경우 만드는 속도가 훨씬 빨라졌다. ‘한국에서 테니스가 인기가 많은 이유’를 주제로 카드뉴스 제작을 의뢰했다. 속도는 놀라웠다. 10초 만에 한국에서 테니스가 인기 많은 이유의 문구를 만들어냈다.
1. 선수들의 활약: 유명 테니스 선수들에 대한 국민적인 열광으로 인해, 국내에서 더 많은 사람이 테니스에 관심을 갖게 됐다.
2. 국내 대회 개최: 국내에서 다양한 대회가 개최되면서 테니스가 대중적인 스포츠로 자리 잡았다.
3. 편리한 시설: 최근에는 대중들이 쉽게 이용할 수 있는 테니스 시설이 많이 생겨나면서, 더 많은 사람이 즐길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다.
4. 건강한 이미지: 테니스는 운동량이 많고 건강한 이미지가 있어, 건강한 라이프스타일을 추구하는 MZ세대의 인기를 얻고 있다.
5. SNS의 영향: SNS에서 유명인의 테니스 사진이 자주 올라오면서, MZ세대 사이에서 테니스가 더욱 인기를 얻게 됐다.
6. 다양한 스타일의 선수들: 다양한 국적과 스타일의 선수들이 나와서, 더욱 흥미로운 대결을 볼 수 있어 인기가 높다.
해당 문구를 활용해 카드뉴스를 만드는 홈페이지 ‘미리캔버스’에 내용을 붙여 넣어 카드뉴스를 만들었다. 걸린 시간은 불과 5분 남짓. 간단한 편집 외에는 기자가 할 일이 없다.
기사에 쓸 이미지도 ‘생성 AI’로 제작했다. 사진은 기자에게 늘 괴로운 영역 중 하나다. 사진을 직접 찍으려면 품이 많이 든다. 그리고 챗봇, AI 같은 추상적인 개념의 경우 사진을 직접 찍기조차 애매하다. 게티이미지뱅크 등 기존 사진을 활용하면 비용이 많이 든다. 이 기사에 쓸 이미지를 마련하기 위해 마이크로소프트의 ‘bing image creator’와 국내 업체 라이언로켓이 만든 ‘sporky’를 이용했다. 프롬프트 창에 ‘People work using AI program’이라는 명령어를 입력했다. 명령어에 대응하는 이미지 4개를 뽑아냈는데 사람의 손발 배치가 어색한 작품 두 여개를 빼면 일러스트로 활용해도 이상하지 않을 작품이 나왔다.
생성 AI는 1분 만에 ‘그림’을 뽑아낸다. 사진은 ‘Sporky’로 기자가 만든 그림. (라이언로켓 제공)작사·작곡도 한 방에 해결
게임 코딩 속도는 절대적
챗GPT가 ‘발군’의 능력을 발휘한다는 작사, 작곡과 개발 업무도 활용해봤다. 작사·작곡은 아득히 빠른 속도로 이뤄졌다. 서울 중구 ‘신당동’을 주제로 가사 작성을 부탁했다.
(Verse 1)
여기 신당동에는 나만의 작은 세상이 있어
매일 걸어가는 길마다 떠오르는 추억들이 있어
길가에 있는 빵집 향기에 내가 좋아하는 빵 떠올라
옆집 아줌마들 인사해주면서 머릿속에 있는 고민들이
사라져
(Chorus)
신당동이여 내가 사랑하는 그대여
이곳에서 보낸 시간들은 영원히 내 마음에 살아남을 거야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걸으면서
오래된 건물들과 현대적인 건물들이 어우러져 이곳이
특별하게 느껴지는 거야
작곡도 순식간이다. ‘시티 팝’ 느낌의 곡으로 코드를 붙여달라 했다. 30초 만에 가사에 맞는 기타 코드를 붙여줬다. 코드가 적힌 창의 ‘copy code’ 버튼을 눌러 작곡된 코드를 바로 복사했다. 이 코드를 음악 연주 사이트의 재생 프로그램에 입력하면 바로 음악이 나온다.
자연어가 아닌 기계 언어를 사용하는 코딩에서는 더 뛰어난 실력을 보여준다. 다만 코딩은 특성상 한국어가 아닌 영어로 프롬프트를 입력하는 게 더 정확한 결괏값이 나온다. 프로그래밍 언어는 파이썬을 선택했다.
게임을 코딩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1분 남짓이다(위). ‘tome’을 활용하면 순식간에 PPT 자료를 만들 수 있다(아래). (챗GPT, tome 화면 캡처)영어로 프롬프트를 “Can you give me source code of snake game in python?”이라고 입력했다. 코딩에 걸리는 시간은 불과 30초. 30초 안에 간단한 게임 하나가 완성됐다. 파이썬으로 게임을 만들면 실행시켜주는 프로그램 ‘파이게임’만 깔면 해당 코드로 바로 게임을 만들 수 있다.
사무 직군이라면 생성 AI의 ‘사무자동화’에 주목할 만하다. 회사원의 시간을 가장 많이 뺏는 대표적인 일이 발표 자료(PPT)와 실적을 정리하는 ‘엑셀’ 파일 만들기 작업이다. 사실 이 둘은 애매한 업무다. 내부 보고를 위해서는 꼭 필요한 파일이다. 그러나 보고용 문서를 만들기 위해 다른 업무를 미루면 생산성이 낮아진다. 이 고민은 끝난 듯하다. 보고서용 PPT의 경우 생성 AI ‘tome’을 활용하면 순식간에 파일을 만들 수 있다. tome 사이트에 들어가 영어로 ‘Why people love to play tennis?’라는 주제로 PPT 자료를 만들어달라 했다. 1분 만에 사진과 글이 들어간 7장짜리 PPT를 완성해줬다.
엑셀은 챗GPT부터, 빙까지 생성 AI에서 모두 제작이 가능하다. 예를 들어 명령어로 ‘4월 1일부터 4일까지의 부산 여행 일정을 숙박, 관광지, 맛집으로 나눠 엑셀로 정리해줘’라고 입력하는 식이다. 해당 요청을 바로 엑셀 형식으로 만들어준다.
총평. 생산성을 높여주는 도구로는 완벽하다. 정확한 정보만 입력하면, 기존 콘텐츠의 70% 수준으로 내용을 만들어준다. 기사 작성의 경우 내용물에 적힌 진실이 정확한지 확인하는 데 시간이 다수 걸린다. 다만, 앞으로 언어 엔진의 성능이 더 좋아지면, 콘텐츠의 품질도 더 올라갈 것으로 보인다.
챗GPT 시대, 유망 직업은
최근 챗GPT 개발사 오픈AI와 미국 펜실베이니아대가 공동 연구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들은 곧 사라질 직업 1순위로 변호사와 회계사를 꼽았다. 또 엔지니어, 번역가, 통역사 등 다양한 직업이 AI로 대체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AI 공포감’까지 생겨난다. 하지만 기술의 발전으로 사라질 직업이 있다면, 새롭게 등장할 직업도 있는 법. 챗GPT 시대 떠오르고 있는 유망 직업들을 살펴봤다.
연봉 4억원 ‘프롬프트 엔지니어’
AI 소통 위한 ‘질문 디테일’이 핵심
챗GPT 등 AI 챗봇과 대화 시 가장 중요한 건 ‘질문의 디테일’이다. AI에게 얼마나 명확하고 구체적인 질문을 하느냐에 따라 답변의 정확도와 신뢰도가 천차만별이다. 예를 들어 연인에게 편지를 써달라는 질문을 던진다고 가정해보자. 여기에 ‘낭만적으로’ ‘봄날에 어울리게’ 등 조건을 붙이면 같은 질문도 다른 답변이 돌아온다. 추가적으로 1000자 이내 등의 조건을 추가하면 또 다른 답변을 얻을 수 있다.
이에 최근 실리콘밸리에서는 ‘프롬프트 엔지니어링(Prompt Engineering)’이 뜨고 있다. 프롬프트는 AI에 입력하는 명령어를 의미한다. 다만 인간의 언어 구사 방식과 AI의 이해 방식은 다르다. 이 때문에 사용자와 AI 사이에는 의사소통 장애가 발생한다. 이런 오류를 해결, AI가 최상의 결과물을 낼 수 있도록 AI에 지시하고 대화하는 기술이 프롬프트 엔지니어링이다.
자연스레 프롬프트 엔지니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프롬프트 엔지니어는 말 그대로 프롬프트 엔지니어링 기술을 활용, 생성형 AI를 훈련시키는 직업이다. 핵심 업무는 ‘질문’이다. 사용자가 물어볼 만한 내용을 계속해 질문하고, 인문학적 사고방식을 ‘주입’해 생성형 AI의 성능을 높인다. 이 때문에 프롬프트 엔지니어에게 가장 중요한 역량은 코딩 같은 기술적 능력이 아닌, 언어 구사력과 상상력이다.
해외를 중심으로 프롬프트 엔지니어를 채용하는 IT 기업도 늘고 있다. 미국 빅테크 구글이 4억달러(약 5200억원)를 투자한 AI 챗봇 스타트업 ‘앤스로픽’이 대표 사례다. 앤스로픽은 최근 프롬프트 엔지니어 채용 공고를 올리면서 연봉을 최대 33만5000달러(약 4억3000만원) 제안했다.
국내에서도 스타트업을 중심으로 프롬프트 엔지니어 열풍이 감지된다. 글쓰기 생성형 AI 플랫폼 ‘뤼튼’을 운영하는 뤼튼테크놀로지스는 ‘코딩 실력 무관’ 조건을 내걸고 프롬프트 엔지니어 채용에 나섰다. 연봉은 최대 1억원이다.
뤼튼테크놀로지스 관계자는 “생성형 AI는 질문에 따라 결과물도 다르다. 인공지능에 어떤 지시를 내리는지에 따라 활용도가 크게 달라지고 서비스 퀄리티에서 차이가 발생한다”며 “엔지니어라는 이름이 무색하지만, 코딩 능력보다는 생성형 AI 사용 경험과 논리, 언어적 관점에서 AI와 잘 대화할 수 있는 능력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다만 프롬프트 엔지니어는 과도기 직업에 불과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과거 인터넷이 처음 등장한 시기 ‘정보검색사’와 비슷하다는 설명이다. 정보검색사는 인터넷을 통해 필요한 정보를 빠르고 정확하게 찾아내는 직업이었다. 한때 자격증 열풍까지 생길 만큼 유망 직업으로 꼽혔다. 하지만 인터넷 보편화, 검색 서비스 고도화 과정을 거치며 정보검색사는 사라졌다. 프롬프트 엔지니어도 정보검색사의 길을 걸을 것이라는 게 일각의 주장이다.
매경이코노미가 ‘연인에게 편지를 써줘’라고 입력한 것에 대한 챗GPT 대답. 어떤 조건을 붙이느냐에 따라 답변이 달라진다. (챗GPT 캡처)디지털 자산 창작부터 감별까지
AI 활용 책·미술품 쏟아진다
전문가들은 챗GPT 시대 유망해질 직업군 중 하나로 ‘디지털 애셋(자산) 창작자’를 꼽는다. 디지털 자산 창작자는 말 그대로 생성형 AI를 활용해 미술, 음악, 동영상 등 다양한 예술·엔터테인먼트 분야의 디지털 자산을 만드는 이들이다.
20년 가까이 AI업계에 몸담고 있는 장민 포스텍 교수는 저서 ‘챗GPT 기회를 잡는 사람들’에서 “챗GPT 같은 생성형 AI 모델을 활용해 디지털 자산을 만드는 영역이 새로운 직업으로 등장했다”며 “디지털 자산 창작자가 새로운 마켓 플레이스를 만든다면, 미래의 확실한 직업으로 자리 잡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얼핏 들으면 허황된 얘기다. 하지만 실제로 달리(DALL-E), 미드저니(Midjourney), 노벨(Novel) 등 그림 제작 AI 플랫폼 이용자가 급증하고 있다. 챗GPT가 텍스트에 특화된 생성형 AI라면, 해당 플랫폼들은 그림에 특화된 생성형 AI다.
예를 들어 미드저니를 통해 “강가를 걷는 남성을 클로드 모네 스타일로 그려줘”라는 식으로 명령어를 입력하면 순식간에 원하는 그림이 완성된다. 최근 이 같은 방식으로 만들어진 미술품이 미국 콜로라도 주립박람회 미술대회 디지털 아트 부문 1등을 차지하기도 했다. 국내에서도 출판사 스토리나라가 미드저니를 이용해 그림을 그린 동화책을 출간할 계획이다.
책도 마찬가지다. 소설, 만화 등 인간의 창의성이 필요하다고 여겨졌던 분야에서도 AI를 활용한 책이 쏟아진다.
4월 3일 출간된 ‘매니페스토’는 챗GPT를 활용해 처음 창작된 국내 소설책이다. 작가 7명이 각각 챗GPT로 만든 SF 단편과 작업 후기 등 에세이를 묶었다. 해당 책을 펴낸 출판사 관계자는 “문학을 인간 작가만 성취할 영역이라고 선을 긋고 창작자가 거부하기보다는 AI와 함께 작업하면서 시행착오를 겪어보자는 목적으로 책을 만들었다”고 밝혔다.
동시에 디지털 자산 창작자가 늘수록 반대급부로 ‘생성형 AI 감별사’도 생겨날 것이라는 게 전문가 분석이다. 장 교수는 생성형 AI 감별사를 “ ‘디지털 자산’ 등을 AI가 만든 것인지, 아니면 진짜 사람이 만든 것인지 구별하는 직업”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교육 현장에서 생성형 AI 감별사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챗GPT를 활용해 자기소개서, 논문 등을 작성하는 사례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해외에서는 ‘접근 차단’ 등의 해법을 내놓고 있지만, 미봉책일 뿐이다. 미국 뉴욕시 교육청은 공립학교의 챗GPT 접속을 차단했다. 국제머신러닝학회(ICML)도 AI를 활용한 논문 작성을 제한했다.
https://n.news.naver.com/article/024/0000081137?cds=news_media_p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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