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남국 무소속 의원발 ‘코인 게이트’가 일파만파 확산되는 중이다. 가상자산(코인) 투자자는 물론 코인에 관심 없던 일반인도 상식에 어긋나는 김 의원 투자 행태에 공분하고 있다. 하지만 워낙 생소한 영역이다 보니 이슈를 정확히 따라가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김남국 코인 사태’를 제대로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만한 코인 관련 상식을 소개한다.
김남국 무소속 의원을 둘러싼 ‘코인 게이트’ 논란이 일파만파 확산 중이다. 도덕적 해이를 넘어 미공개 정보 활용, 정치 로비 의혹으로까지 번져 나가는 모습이다. (연합뉴스)‘김남국 코인 사태’ 요약·정리
출처 미상 코인이 85억원까지 급등
먼저 ‘김남국 코인 사태’에 대한 간략한 정리가 필요하다.
지난 5월 초 김 의원이 최대 수십억원대 코인을 보유했었다는 정황이 드러났다. 국내 코인 거래소 ‘업비트’가 이상 거래 징후를 감지해 금융정보분석원(FIU)에 보고했고 FIU가 검찰에 수사를 의뢰하면서다. 2022년 1~2월 김 의원이 또 다른 코인 거래소 ‘빗썸’에서 보유하던 위믹스 코인 약 85만5000개가 업비트 전자지갑으로 넘어왔다. 당시 시세로 따지면 60억원이 넘는 거액이다. 코인 거래소는 특정금융보호법에 따라 이상 거래를 자체 보고해야 할 의무를 가진다.
‘투자금 출처가 어디냐’ 등의 의혹이 불거지자 김 의원은 즉각 해명 자료를 냈다. LG디스플레이 주식 투자로 번 돈 약 9억원으로 코인에 투자했으며 어떤 불법적인 거래도, 현금화도 없었다는 주장을 했다. 그러면서 2021년 증권 계좌에서 업비트 계좌로 약 9억원을 이체한 내역과 그가 보유한 또 다른 코인 지갑인 ‘클립’의 현재 잔고를 공개했다.
하지만 의혹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확산됐다. 김 의원 클립 지갑 추적 결과 위믹스 보유량이 기존에 알려진 85만5000개를 훌쩍 넘는 127만개(약 85억원어치)가량을 보유하고 있었다는 점, 자금 출처가 불분명하다는 점, 국회 상임위가 열리고 있던 시간에도 거래가 있었다는 점 등이 밝혀지면서다. 몇몇 코인은 가격이 급등하기 전 매수해 단기간에 수배에 달하는 차익을 남겨 ‘미공개 정보’를 받은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검찰은 최근 업비트와 빗썸 그리고 클립 운영사인 카카오 자회사 그라운드X 압수수색을 진행하며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코인 대량 보유 경위와 투자 자금 출처, 상세 거래 내역 등을 집중 조사하는 중이다.
궁금증 1: 익명성 보장 안 돼?
지갑 주소 특정되면 추적 가능
이번 코인 사태 관련 보도를 접하다 보면 자연히 ‘코인 익명성 보장’에 대한 궁금증이 생긴다. 비트코인을 비롯한 여러 코인이 마약 거래나 정치 비자금 조성 등 불법 행위에 쓰이는 이유도 ‘익명성’ 때문 아니었던가. 그런데 김 의원이 투자한 코인 규모와 시간대는 언론을 통해 낱낱이 밝혀지고 있다. 검찰이 아직 코인 거래소에서 거래 내역을 확보하지 않았는데도 말이다.
코인 투자 시 익명성이 보장되는 것은 맞다. 실명 확인이 불가능한 ‘코인 지갑’을 쓰기 때문이다. 검찰 수사가 들어간다고 해도 해당 지갑이 누구 소유인지 알기는 어렵다.
코인 지갑은 저마다 주소를 갖고 있다. 은행으로 따지면 ‘계좌번호’ 같은 개념이다. 코인 지갑 주소는 40자리가 넘는, 임의로 생성된 숫자와 알파벳 조합으로 이뤄져 있다. 예를 들면 ‘0x25ak24hvb9e…’ 뭐 이런 식이다. 단순 주소만으로는 도저히 보유자의 이름이나 국적, 성별, 나이를 파악할 수 없다.
하지만 몇 가지 힌트가 있다면, 해당 지갑 보유자를 ‘특정’할 수도 있다. 김 의원의 경우에는 그가 발표한 해명 자료가 단서가 됐다. 바로 ‘클립’ 지갑 잔고 현황이다. 공개 자료에는 클립 지갑 생성일과 잔고 액수 등의 내용이 포함돼 있었다. 이에 코인 전문가들은 모든 클립 지갑 중에서 지갑 생성일이 같고 잔고가 마지막 한 자릿수까지 일치하는 지갑을 찾아냈다.
지갑 주소를 찾아낸 뒤에는 코인이 갖는 또 다른 특성인 ‘투명성’이 빛을 발했다. 모든 코인 거래 내역은 블록체인에 기록된다. 심지어 대중에게 공개되기까지 한다. 코인 거래는 그 특성상 모든 정보가 블록체인에 공동으로 기록·저장되고 공개되기 때문에 정보를 숨기거나 조작할 수 없다. 이른바 ‘온체인 데이터’다.
지금 이 순간에도 블록체인 거래 기록은 끊임없이 최신화되는 중이다. 예를 들면 ‘1월 1일 오후 1시 30분, A가 B에게 비트코인 1개 수령’ ‘1월 1일 오후 1시 31분 C가 D에게 이더리움 2개 송금’ 같은 정보가 계속 올라오는 식이다. 다만 A가 누구인지, B가 누구인지 특정할 수 없을 뿐이다. 지갑 주소만으로는 소유주를 모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무리 코인 지갑 주소가 복잡해도 그게 누구 소유인지 특정되면, 그 다음부터는 얘기가 달라진다. 모든 거래 내역이 공개돼 있기 때문에 추적이 가능하다. 몇 시 몇 분 몇 초에 어떤 코인 몇 개를 어디로 보냈는지까지 확인할 수 있다.
코인과 블록체인 종류별로 거래를 추적·검색할 수 있는 사이트도 모두 개방돼 있다. 비트코인은 ‘블록체인닷컴(blockchain.com)’, 이더리움은 ‘이더스캔(etherscan.io)’, 클레이튼은 ‘클레이튼스코프(klaytnscope.com)’라는 사이트에서 찾을 수 있다.
‘클립’ 지갑 주소가 밝혀지면서 그가 보유한 업비트·빗썸 입금 지갑 주소까지 역추적됐다. 지갑 주소를 블록체인 추적 사이트에 입력하면 어떤 코인을 얼마나 사고팔았는지 모든 거래 기록을 확인할 수 있다. 상임위가 열리던 시각에 코인 거래를 했다는 증거도 여기서 나온 것이다. 실제 김 의원 클립 지갑 주소는 너무 많이 알려진 탓에 지금은 이른바 잡코인들이 ‘광고판’처럼 사용하고 있는 실정이다. 알리고 싶은 코인을 아주 소액, 김 의원 지갑으로 보내는 식이다.
단, 지갑 주소를 안다고 해서 모든 코인 거래 내역을 들여다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정확히 말하면 ‘지갑에서 지갑으로 옮긴 내역’만 확인 가능하다. ‘거래소 안에서 매수·매도한 기록’은 확인할 수 없다. 예를 들어 A씨가 업비트 지갑에서 빗썸 지갑으로 1억원어치 이더리움을 보낸 뒤 빗썸 거래소를 통해 5000만원은 현금화, 5000만원은 비트코인으로 바꿔 샀다고 가정해보자. 이때 블록체인상 남아 있는 기록은 ‘업비트 지갑 → 빗썸 지갑, 이더리움 1억원’뿐이다. 빗썸 내 거래 내역은 파악이 불가능하다. 최근 검찰이 거래소 압수수색을 진행한 이유도 이런 상세 내역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이 밖에 ‘콜드월렛’을 이용할 경우에도 추적이 쉽지 않다. 쉽게 말하면 온라인과 연결되지 않은 ‘USB 코인 지갑’을 말한다. A가 비트코인을 USB에 담아 B에게 전달 후 비밀번호를 알려주는 식이다. 블록체인상 거래가 아닌 ‘오프라인 거래’인 탓에 기록이 남지 않는다. ‘루나 사태’ 주범인 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 역시 비트코인 1만개를 콜드월렛에 보유하고 있었다고 밝혀진 바 있다.
궁금증 2: ‘스왑’과 ‘에어드롭’
DEX에서 코인 교환·이자 수령 가능
현재까지 김 의원이 거래했다고 밝혀진 코인은 위믹스를 비롯해 40종이 넘는다. 그런데 여기서 또다시 생기는 의문. 거래소 안에서 사고판 내역은 기록에 안 남는다면서, 어떻게 이렇게 상세한 정황을 알 수 있는 것일까.
정답은 김 의원이 거래소에서만 코인을 거래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좀 더 정확히 말하면 업비트·빗썸 같은 ‘중앙화거래소’가 아닌 ‘탈중앙화거래소(DEX)’에서 코인을 사고판 덕분이다.
탈중앙화거래소에서 코인을 사고파는 방식은 우리가 흔히 아는 것과 조금 다르다. ‘매매’라기보다는 ‘교환’ 개념에 가깝다. 그래서 명칭도 ‘스왑’이다. 스왑은 ‘유동성 풀’에서 이뤄진다. 누군가 유동성 풀에 예치해놓은 코인을 보유하고 있던 코인과 맞바꾸는 방식이다. 단순 교환이기 때문에 탈중앙화거래소에는 ‘상장’이나 ‘상장폐지’ 같은 개념도 없다. 누군가가 유동성 풀만 만들어놓으면 해당 코인을 사들일 수 있다.
‘금은방’을 생각하면 이해가 편하다. 우리는 금은방에서 ‘금’과 ‘은’을 ‘교환’할 수 있다. ‘금’을 들고 가서 그 시세에 해당하는 만큼 ‘은’으로 바꿀 수 있는 구조다. 금은방이 갖고 있는 귀금속 종류에 따라 ‘금과 다이아몬드’ ‘은과 사파이어’도 교환할 수 있다. 탈중앙화거래소도 비슷한 개념이다.
다만 이런 교환이 원활히 이뤄지기 위해서는 금은방이 갖고 있는 귀금속 수량, 즉 ‘유동성’이 넉넉해야만 한다. 예를 들어 100만원어치 금을 갖고 있는 금은방에 가서 ‘1000만원어치 은과 바꿔달라’고 요구할 수는 없다.
탈중앙화거래소에서 유동성 공급자에게 ‘이자 보상’을 주는 이유가 바로 여기 있다. 유동성이 넉넉해야 수많은 투자자가, 무리 없이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금이 부족한 금은방은 금을 예치할 때 더 높은 이자를, 은이 부족한 금은방은 은 유동성을 공급하는 이에게 더 보상을 후하게 줄 테다. 김 의원이 말하는 ‘에어드롭’도 바로 이 이자 보상을 뜻하는 것으로 보인다. 엄밀히 따지면 발행사에서 공짜로 뿌리는 에어드롭과는 조금 다른 개념이다.
단 탈중앙화거래소에서는 두 가지 코인을 ‘쌍(페어)’으로 예치해야 더 높은 이자를 준다. 한 가지 코인만 많다고 스왑 중개가 수월해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금은방(DEX)에서는 1억원어치 금괴를 예치하려면 ‘1억원어치 현금’ 또는 ‘1억원어치 은’을 같이 예치하라고 요구한다. 그래야 다른 스왑 요청이 들어와도 무리 없이 운영할 수 있기 때문이다.
김남국 의원 것으로 밝혀진 ‘클립’ 지갑 주소를 검색하면 그간 코인 거래 내역을 확인할 수 있다. 지갑 주소가 대중에게 알려지면서 해당 지갑으로 ‘잡코인’을 조금씩 보내는 이들도 있다. 광고 목적인 것으로 보인다. (클레이튼스코프 갈무리)궁금증 3: 위믹스, 대체 뭐길래
게임으로 돈 버는 P2E…국내선 불법
이번 코인 사태 덕에 장안의 화제로 떠오른 코인은 ‘위믹스’다. 보유했던 액수가 워낙 컸던 데다, 그나마 다른 ‘잡코인’에 비해 대중에게 알려진 코인이기 때문이다.
위믹스는 게임사 위메이드에서 발행한 P2E 코인이다. P2E란 ‘플레이 투 언(Play to Earn)’의 약자다. 게임을 하면서 실제 돈을 벌 수 있다는 뜻이다. 이용자가 게임으로 얻은 게임 머니나 아이템을 코인으로 바꾼 뒤 해당 코인을 거래소에서 매도해 현금화하는 식이다. 위메이드 P2E 게임 ‘미르4’ 글로벌판을 예로 들어보자. 유저는 게임 속 자원인 ‘흑철’을 모아 ‘드레이코 토큰’으로 바꿀 수 있는데, 드레이코 토큰은 다시 위믹스로 교환 가능하다. 이렇게 얻은 위믹스를 거래소로 이체해 판매하는 식이다.
문제는 현재 국내에서 P2E 게임이 불법이라는 사실이다. ‘사행성’ 때문이다. 현행 게임산업법 제32조는 ‘게임을 통해 획득한 유·무형의 결과물을 환전·환전 알선하거나 재매입을 업으로 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2021년 코인 광풍이 불어닥친 이후 게임사들이 너도나도 P2E 게임에 뛰어들었지만 정작 국내에서는 서비스하지 못하는 이유다.
김 의원에게 ‘로비 의혹’이 불거진 이유도 여기 있다. P2E 게임을 합법화하는 데 힘을 실어주는 대가로 게임사가 코인이나 미공개 정보를 줄 유인이 충분하기 때문이다.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은 “실제 대선 기간 동안 게임 공약을 검토할 때 수많은 P2E 합법화 제안을 많이 받았다. 사행성 게임에서 P2E만 제외해달라는 내용이었다”고 말했다.
위믹스는 이번 코인 사태 이전부터 말 많고 탈 많은 코인이었다. 지난해 11월, 국내 5대 거래소로 구성된 ‘디지털자산거래소 공동협의체(DAXA·닥사)’가 위믹스 발행·유통량을 문제 삼으며 ‘상장폐지’를 결정했기 때문이다. 상폐 이유는 ‘허위 공시’였다. 위믹스가 공시한 유통 계획량보다 7000만개 더 많은 위믹스가 유통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당시 시세를 대입하면 1750억원에 이르는 거액이다. 일각에서는 ‘초과 유통량이 정계나 학계 등 로비 활동에 쓰인 것 아니냐’는 의혹까지 제기하고 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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