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현지에서 테슬라 앱을 통해 보험금을 청구하는 화면.(사진=테슬라 인슈런스 홈페이지)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의 투자원칙 중 하나인 '경제적 해자(垓子)' 개념은 방어시설을 빗대 경쟁사가 쉽게 넘볼 수 없을 정도의 진입장벽을 구축한 기업을 뜻한다. 버핏을 상징하는 용어이기도 한 만큼 이를 두고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디스전'을 벌인 건 유명한 사실이다.
2018년 테슬라가 위기였을 때 버핏이 비판적 견해를 내놓자 머스크는 "해자는 고루하다(lame)"며 "혁신의 속도(pace of innovation)가 더 중요하다"고 직격한 바 있다. 그러자 버핏은 자신이 수십년 전 인수해 꾸준한 이익을 창출하는 사탕회사 시스캔디를 예로 들며 "머스크가 어떤 분야를 뒤집을 수는 있겠지만 사탕은 우리를 못 따라올 것"이라 했다. 이에 머스크는 자신도 사탕회사를 만들어 버핏의 해자를 가득 채워버리겠다고 엄포를 놨다.
수 년이 지나면서 머스크에 의해 버핏의 해자가 위협받을 가능성이 거론된다. 사탕이 아니라 자동차 보험 분야에서다. 특히 자동차 보험은 버크셔 해서웨이의 캐시카우인 가이코(Geico)의 주력사업이다. 테슬라 전기차의 핵심인 자율주행 기술은 데이터가 쌓이면서 고도화된다. 이 데이터를 활용해 테슬라는 2019년 캘리포니아주를 시작으로 자동차에 보험을 포함해 판매 중이다.
19일 한국핀테크지원센터와 삼정KPMG가 함께 발간한 핀테크 동향보고서를 보면 테슬라는 차량 운행 시 수집되는 데이터를 바탕으로 운전자의 사고위험, 수리비용을 예측해 보험상품 견적을 완료해 자체적인 보험상품을 판매하는데 기존 자동차 보험보다 20~30% 저렴하다.
비금융사가 금융사의 금융상품을 중개 및 재판매하는 것을 넘어, 자사 플랫폼에 핀테크 기능을 내재화하는 것을 '임베디드 금융'이라 일컫는다. 기존의 핀테크 서비스가 결제, 송금, 자산관리 등 금융 서비스별로 신규 사업자가 고객 접점을 만들어가는 형태였다면, 임베디드 금융은 이미 고객이 확보돼 있는 비금융 서비스에 금융기능이 결합하는 개념으로 볼 수 있다.
기업과 소비자의 금융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고, 기술 발전에 따라 디지털 채널을 통해 금융서비스 제공이 용이해진 점이 맞아떨어지면서 임베디드 금융이 다양한 산업에 내재되고 있다. 미국 자산관리사 라이트이어 캐피탈(Lightyear Capital)에 따르면 임베디드 금융은 2020년 225억달러(약 29조4000억원)에서 2025년 2298억 달러(약 299조8000억원)로 성장이 예상된다. 특히 보험분야에서는 50억달러(약 6조5000억원)였던 시장이 707억달러(약 92조2000억원)가 될 전망이다.
미국 임베디드 금융 성장 전망.(자료=핀테크지원센터·삼정KPMG 보고서 발췌)
임베디드 금융은 고객이 하나의 플랫폼 내에서 다양한 금융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슈퍼앱(Super App) 추세와도 직결된다. 가령 MZ세대의 증권거래 앱으로 자리매김한 로빈후드(Robinhood)는 앱 내에서 펀드, 옵션, 디지털자산 거래까지도 가능하다.
핀테크지원센터·삼정KPMG 보고서는 "슈퍼앱을 통해 기업은 기존 고객에게 새로운 서비스르 자연스럽게 노출하고 빅데이터 누적에 따른 개인별 맞춤형 서비스 제공이 가능해져 핀테크의 주요 전략으로 지속될 전망"이라며 "임베디드 금융 시장이 활발한 미국은 주요 금융기업들이 임베디드 금융 생태계에 참여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머스크가 트위터에 몰두하고 있는 것은 잘 알려져 있지만, 자동차보험 시장에 대해 야심이 큰 것은 비교적 덜 주목받는 사실이다. 해외 보험전문매체 <인슈런스 비즈니스>에 따르면 머스크는 지난 5월 마이애미에서 열린 '올인' 서밋에서 "현재 자동차 보험업계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비효율적"이라고 비난했다. 2020년 실적 발표 당시에는 자동차보험이 테슬라 자동차사업의 30~40% 비중을 차지하게 될 것이라고 발표한 바 있다.
반면 버핏의 가이코는 테슬라와 마찰이 가시화하고 있다. 전기차 전문매체 <미디어 인사이드EVs>에 따르면 애리조나주 피닉스 지역에 거주하는 한 테슬라 차량 소유주는 가이코 보험에 가입했음에도 자동차 수리비로 2100달러를 지불했다고 한다. 가이코가 테슬라 수리비용을 지불할 의향이 없는 것을 우려한 테슬라 인증 수리소가 작업을 진행하지 않아서다. 현지 매체들은 "피닉스에 가이코 고객을 받아주는 테슬라 인증 수리점이 단 한 곳도 없다"고 주장한다.
https://n.news.naver.com/article/293/0000041852?cds=news_media_p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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