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숙한 세상에서 벗어나 외부 세상을 관찰하려는 노력 필요해[경영 전략]
최근 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이 큰 인기를 끌었다. 재벌 일가의 오너 리스크를 관리하는 비서가 재벌 가문 막내아들로 다시 태어나 새로운 인생을 사는 얘기다. 드라마는 우리가 한 번쯤 가져봤을 욕망을 자극한다. ‘현재의 기억을 그대로 간직한 채 과거로 돌아가면 내 인생이 달라지지 않을까’와 같은 욕망 말이다.
미래를 아는 주인공은 국제통화기금(IMF) 외환 위기, 닷컴 버블, 분당신도시 개발 등 세상의 변화를 기회로 삼아 큰 부를 일군다. 하지만 미래를 알 수 없는 우리에게 변화는 위협이 될 수 있다. 실제로 산업 환경이 변하면서 시장 선도 기업이 몰락한 사례가 있다. 블록버스터와 코닥이 대표적이다.
한때 9000개가 넘는 비디오·DVD 대여점을 운영하며 업계 1위를 자랑하던 블록버스터는 2010년 파산 보호를 신청했다.
비디오·DVD 대여 서비스에서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로 넘어가는 변화에 대응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당시 블록버스터의 가장 큰 위협은 신생 기업 넷플릭스였다.
재미있는 사실은 2000년 넷플릭스가 블록버스터를 찾아가 지분 인수를 제안했다는 것이다. 블록버스터는 대여 사업으로 안정적인 수익을 내고 있었기 때문에 온라인 투자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넷플릭스의 제안을 거절했다.
하지만 두 회사의 상황이 역전되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2007년 넷플릭스가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를 시작하면서 콘텐츠 시장을 장악해 나갔고 블록버스터는 도태됐다.
사진으로 남기고 싶은 중요한 순간을 코닥 모먼트(Kodak moment)라고 표현할 정도로 필름의 대명사였던 코닥은 2012년 파산 신청을 했다. 필름이 필요 없는 디지털 카메라 대중화에 대응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흥미롭게도 코닥은 세계 최초로 디지털 카메라를 개발한 기업이다. 그리고 디지털 카메라의 위협을 정확하게 분석한 내부 보고서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경영진은 주력 사업인 필름 카메라에 집중하기 위해 디지털 카메라 개발을 주저했고 결국 다른 기업들에 주도권을 빼앗겼다.
앞서 살펴본 블록버스터와 코닥의 몰락 원인은 비슷하다. 경영진이 변화에 둔감하고 현실에 안주하다가 잘못된 판단을 내린 것이다.
반면 경영 환경 변화로 위기를 겪었지만 새로운 기회를 찾은 기업도 있다. 글로벌 시가 총액(2022년 12월 기준) 3위 마이크로소프트(MS)와 11위 월마트다. 그 반전의 중심에는 최고경영자(CEO)가 있다.
사티아 나델라는 2014년 MS의 CEO로 취임했다. 당시 MS의 상황은 최악이었다. 주력 사업인 PC 시장은 침체에 빠졌고 떠오르는 모바일 시장에는 아무런 대응을 하지 못했다. 나델라 CEO는 책과 온라인 강좌 등을 통해 변화 시그널을 감지한다.
그는 “다 읽을 수 있는 양보다 더 많은 책을 산다”고 밝히기도 했다. 취임 이후 나델라 CEO는 ‘클라우드 퍼스트’ 전략을 선포하고 회사의 모든 역량을 클라우드에 집중했다.
업계 전문가들은 MS가 B2B 클라우드 사업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거뒀다고 분석한다.
더그 맥밀런은 2013년 월마트 CEO로 취임했다. 당시 월마트는 장기적인 성장 부진을 겪고 있었다. 아마존과 같은 온라인 유통 기업이 약진하면서 오프라인 중심의 전통 유통 기업이 위기를 맞은 것이다.
이사회는 맥밀런 CEO에게 단순히 사업을 유지하면 된다는 생각을 버리고 미래를 위해 회사를 재편해 달라고 요구했다.
맥밀런 CEO는 디지털 기술에서 변화 시그널을 감지했다. 그는 “인공지능(AI)의 미래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로봇 공학이 우리 사업을 어떻게 바꿀 수 있는지, 5세대 이동통신(5G)을 통해 고객들이 어떻게 쇼핑하고 싶어 하는지 배우고자 했다”고 말했다.
취임 이후 맥밀런 CEO는 ‘디지털 퍼스트’ 전략을 선보이며 월마트의 모든 것을 디지털로 탈바꿈시켰다.
먼저 온라인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온라인 쇼핑몰을 적극적으로 인수했다. 그리고 오프라인 매장과 온라인 서비스를 연계하는 옴니채널을 구축했다.
온라인으로 식료품을 주문한 뒤 월마트 매장에서 찾아가는 그로서리 픽업이 대표적이다. 광고와 핀테크 사업에도 투자해 사업 다각화를 꾀했다.
위기 상황에서 CEO에 취임한 나델라와 맥밀런 CEO가 공통으로 실행한 것이 있다. 변화 시그널을 감지하고 새로운 전략을 세운 것이다. 그들처럼 변화에 대응하려면 구체적으로 무엇을 실천해야 할까.
첫째, 익숙한 세상에서 벗어나 외부 세상을 관찰해야 한다. 사람은 누구나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듣는 경향을 갖고 있다. 따라서 사회 트렌드, 신기술, 경제 전망, 지구 환경 변화, 글로벌 정세 등 다양한 영역을 두루 살피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분야와 주제를 가리지 않는 독서와 신문 읽기가 도움이 된다. 외부 사람을 만나는 일도 놓쳐선 안 된다. 사원으로 시작해 CEO가 될 때까지 오랜 시간 월마트에서 일한 맥밀런 CEO는 “외부적인 시각을 기르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되도록 회사 밖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며 다른 회사 리더에게 배우려고 한다”고 말했다.
둘째, 알게 된 내용을 자신과 조직에 연결해야 한다. 자신에게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지면 도움이 된다.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 가는 과정에서 새로운 기회를 발견할 수 있다.
-이 요인이 나와 조직에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을까?
-이 요인은 우리 제품 및 서비스에 대한 수요를 증가시킬까? 아니면 감소시킬까?
-지금 당장 나와 조직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처럼 보이는 이 요인이 먼 미래에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을까?
2023년 한국 경제는 1%대 저성장이 예상된다. 게다가 산업 경계가 허물어지는 ‘빅블러(big blur)’ 현상이 가속화되면서 기업 간 경쟁은 더욱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위기 상황인 것이다. 이럴 때일수록 외부 세상을 관찰하고 기회를 발견해야 한다. 기회는 위기의 탈을 쓰고 찾아온다.
https://n.news.naver.com/article/050/0000063639?cds=news_media_p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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