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투자증권과 미래에셋증권이 상반기 기업공개(IPO) 주관 실적 부문에서 치열한 양강구도를 형성하고 있어 업계 이목이 쏠린다.
한국투자증권은 중소형 딜을 꾸준히 주관한 결과 현재 IPO 실적 부문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다. 미래에셋증권이 근소한 차이로 선두인 한국투자증권을 바짝 좇고 있는 가운데 역전에 성공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16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한국투자증권은 코스피, 코스닥시장 IPO 상장 주관 실적(리츠, 스팩 제외) 1위를 기록하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이 올해 상장을 주관한 기업 수는 4곳으로, 총 공모액은 1081억원에 달한다.
지난해부터 IPO 시장 침체로 대어가 사라진 가운데 올해 오브젠, 제이오, 나노팀, 블루포인트 등 중소형 딜에 IPO 주관사로 꾸준히 이름을 올린 전략이 주효했던 것으로 분석된다. 한국투자증권은 현재 심사승인을 거친 마녀공장, 파로스아이바이오 등 중소형 딜의 주관도 맡고 있는 상황이다.
이 중 나노팀의 경우 공모 흥행에 주가 상승세가 더해지면서 한국투자증권은 기대 이상의 수익을 낸 것으로 파악된다. 이미 주관 수수료로 9억7129만원을 가져간 데다 상장 전 투자한 지분을 통해서도 막대한 이익을 내고 있는 것으로 관측되면서다.
나노팀의 주가는 16일 종가 기준 2만8600원에 거래되고 있다. 이는 공모가인 1만3000원 대비 두 배 이상(120%) 높은 수치다. 한국투자증권은 지난 2022년 5월 주당 1만2700원에 나노팀 주식 63만9608주를 사들였다. 한국투자증권은 나노팀 사전투자를 통해 보유한 지분을 가지고 있다면 이날 기준 101억원 수준의 평가이익을 내고 있는 셈이다.
한국투자증권은 연내 상장을 목표로 하는 11번가, 두산로보틱스 등 대어로 평가받는 기업의 대표 주관사도 맡고 있는 만큼 시장에서는 한국투자증권이 IPO 선두자리를 이어갈 수 있을지 주목하는 모습이다.
이커머스 기업인 11번가는 2018년경 재무적 투자자(FI)들의 투자 과정에서 기업가치 2조7000억원을 인정받았다. 두산로보틱스는 산업용 로봇을 제조하는 기업으로, IB 업계에서는 두산로보틱스의 몸 값을 최소 1조원 규모로 추산하고 있다. 두산로보틱스는 2020년 202억원, 2021년 370억원, 2022년 450억원 수준의 매출액을 기록하고 있지만 미래 성장 동력을 기반으로 기업가치를 평가받을 것으로 관측되면서다.
김수현 DS투자증권 연구원은 "동종 업계인 레인보우 로보틱스도 성장성 추천 트랙을 통해 상장한 케이스인 데다 현재 밸류가 1조8000억원에 육박한다"면서 "(두산로보틱스도) 미래 추정 실적을 활용한 특례 상장을 택할 가능성이 높다"면서 이 같이 밝혔다. 이어 "레인보우 대비 3배 높은 매출과 글로벌 시장에서의 점유율(탑5) 및 해외 레퍼런스 등을 감안하면 공모가 1조원은 보수적인 밸류인 편"이라고 평가했다.
주목할 만한 점은 미래에셋증권이 총 공모금액 측면에서 한국투자증권에 선두를 내주고 있지만 바짝 추격하고 있다는 점이다. 현재 미래에셋증권은 같은기간 4건의 IPO 상장을 주관하며, 공모총액은 767억원 수준이다.
최근까지 IPO 시장이 중소형 딜이 주를 이었던 만큼 총 공모금액 격차는 314억원 가량으로 근소한 편이다. 미래에셋증권이 IPO 빅딜만 주관하게 되면 언제든 역전이 가능한 셈이다.
미래에셋증권은 최근 에코프로머티리얼즈 등의 상장 주관 계약을 따내면서 뒤집기를 노리고 있다. 에코프로머티리얼즈는 2차전지 양극재를 생산하는 기업으로, 2조원대 몸값으로 평가받고 있다. 현재 포스코퓨처엠(117.90배) 등 2차전지 주가 높은 주가수익비율(PER)을 받는 것을 감안하면 에코프로머티리얼즈의 예상 기업 가치는 대략 1조8000억원에서 2조원 초반까지로 추산되기 때문이다.
이 밖에도 미래에셋증권은 △서울보증보험 △SSG닷컴 △엔카닷컴 △IGA웍스 등 수 조원대의 기업가치로 추정되는 기업들의 상장 주관도 맡고 있다. 이들 기업이 연내 상장하게 된다면 업계 선두에 단숨에 올라갈 수 있을 전망이다.
관건은 증권사가 주관하는 기업들의 성공적인 상장 여부가 될 전망이다. 지난해부터 IPO 시장은 급격한 금리 인상 등으로 투자심리가 위축되며 기업들이 상장을 철회하는 등 부진을 이어가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이 주관한 오아시스마켓의 상장 철회가 대표적이다. 코스닥 대어로 기대를 모았던 오아시스마켓은 올해 초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 예측을 진행했으나 다수의 기관투자자가 공모가 희망범위 하단 이하를 써내면서 기대한 몸값을 받기 어렵다고 판단해 상장을 철회한 바 있다. 이 가운데 증권사 입장에서는 기업가치를 적정하게 책정해 기업들의 성공적인 증시 입성을 유도하는 것이 중요해질 것으로 관측된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한국투자증권이 오브젠, 나노팀 등 중소형주를 주관해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둔 것처럼 IPO 시장은 뚜껑을 까봐야 아는 것이기 때문에 지켜봐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증권사 입장에서는 IPO 시장에서 적정한 기업가치를 측정하고 그 가치를 시장에 납득시키는 역할이 중요할 전망"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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