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대 사업가 김재훈 씨(가명)는 요즘 서울 시내 꼬마빌딩 투자를 고민하고 있다. 고금리 기조가 계속되고 있지만 규제를 덜 받으면서 적절한 자본 수익을 내는 데 서울 꼬마빌딩만큼 적절한 상품이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지금처럼 이자 부담이 클 때 오히려 급매물이 조금씩 나올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도 김 씨 판단에 영향을 미쳤다. 김 씨는 “꼬마빌딩은 결국 토지를 구입하는 것인데 아무리 부동산 시장이 침체되더라도 서울 땅값은 급격히 떨어지지 않을 것”이라며 “예전과 달리 지금은 꼬마빌딩 투자를 통해 높은 임대 수익을 거두기 힘든 구조다. 오히려 자본 수익, 즉 시세 차익을 염두하고 서울 주요 업무 지역을 중심으로 둘러보고 있다”고 말한다.
최근 수도권 주택 시장이 조금씩 살아나는 가운데 서울 시내 꼬마빌딩 역시 조금씩 거래량이 늘어나고 있어 향후 전망에 관심이 쏠린다.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서울 꼬마빌딩 거래량은 지난해 말부터 급속도로 줄어든 후 올해 초 바닥을 찍었다. 하지만 이후 2월부터 5월까지 4개월 연속 거래량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매 시장 역시 분위기가 비슷한 모습이다. 올해 5월 서울 꼬마빌딩 낙찰가율(경매 가격 대비 낙찰 가격 비율)은 100%를 넘어섰다. 서울 상업용 건물 낙찰가율이 100%를 넘어선 것은 지난해 12월 이후 5개월 만이다.
전문가들은 꼬마빌딩 시장이 회복되고 있기는 하지만 아직은 침체 단계로 내다보면서도 관심 있는 투자자들은 경매나 급매물 등을 노려볼 시점이라고 조언한다.
꼬마빌딩이 몰려 있는 서울 관악구 신림동·봉천동 일대 전경. (윤관식 기자)다시 주목받는 꼬마빌딩
4개월 연속 거래량 증가
약 7~8년 전부터 서울 부동산 시장에 등장한 ‘꼬마빌딩’이라는 용어는 이제 소규모 상업·업무용 건물을 지칭하는 대명사가 됐다.
사실 꼬마빌딩의 기준은 명확하지 않다. 다만 업계에서는 상업·업무 혹은 일부 주거 용도로 사용되면서 연면적 100㎡ 초과 3000㎡ 이하 소규모 건물을 꼬마빌딩으로 분류한다.
2010년대 중반 이후 약 5~6년 동안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내에서도 입지가 좋은 지역에서는 아파트 못지않게 꼬마빌딩 투자가 큰 인기를 끌었다.
이유는 여러 가지다.
먼저 대출 한도가 높은 편이다. 일반적으로 매매 금액의 60%까지 대출 가능했으며 신용도에 따라 70~80%도 가능했다. 주택 대비 비교적 세제 등 규제로부터 자유롭다는 점도 매력적인 요인이다.
꼬마빌딩은 낡은 건물보다 토지 자체의 가치에 초점을 맞춘 상품이다. 결정적으로 꼬마빌딩을 매수한다는 것은 서울 토지를 구입하는 것과 비슷했다. 지난 10년 동안 서울 전 지역에 걸쳐 땅값이 급속도로 오르면서 꼬마빌딩 역시 귀하신 몸이 됐다. 투자자들은 꼬마빌딩을 통해 높은 시세 차익을 거두는 데 성공했다. 꼬마빌딩 투자가 인기를 끌었던 이유다.
시장 흐름이 달라진 것은 지난해 하반기부터다. 금리 인상에 따른 이자 부담은 늘어난 반면, 임대료는 제자리걸음을 하면서 임대 수익만으로는 이자 비용을 감당하지 못하는 건물주가 많아졌다. 시장조사업체 부동산플래닛에 따르면 지난해 6월 145건이었던 서울 꼬마빌딩 거래량은 올해 1월 37건까지 4분의 1 수준으로 급감했다.
올해 1월 바닥을 찍은 것일까. 2월 이후 꼬마빌딩 거래량은 조금씩 회복되는 모습이다. 거래량은 2월 이후 4개월 연속 증가 추세다. 부동산플래닛이 발표한 ‘서울시 상업·업무용 빌딩 거래 리포트’에 따르면 5월 기준 서울에서 거래된 상업·업무용 빌딩은 총 147건으로 나타났다. 올해 4월과 비교해 24.6% 증가한 수치다.
이 중 소형 빌딩(3306㎡ 미만) 거래량이 145건으로 전체 거래의 약 98.6%를 차지했다. 반면 중형 빌딩(1만6529㎡ 미만) 거래량은 2건에 그쳤다. 중대형(3만3058㎡ 미만) 이상 규모 빌딩 거래는 발생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거래 금액만 따로 살펴봐도 꼬마빌딩의 인기를 짐작할 수 있다. 앞서 부동산플래닛에 따르면 서울시 상업·업무용 빌딩 전체 매매 거래 금액은 8699억원. 월별 거래 규모는 올해 4월(1조5521억원)보다 무려 40.5% 감소했다. 거래량이 증가했는데 거래 금액이 줄었다는 것은 결국 꼬마빌딩과 같은 소규모 건물 투자에 돈이 몰렸다는 뜻이다. 반면 300억원 이상 빌딩 거래는 단 3건에 그쳤다. 중대형 건물 거래는 여전히 침체되고 있는 반면 50억~100억원 수준, 4~5층 규모 꼬마빌딩 시장만 거래가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권역별로 살펴보면 CBD(도심권) 27건, YBD(여의도권) 23건, ETC(기타권역) 지역 거래량이 77건으로 직전 4월 대비 각각 8%, 155.6%, 35.1% 증가했다.
반면 GBD(강남권) 거래량은 20건으로 4월 대비 25.9% 하락했다. 자치구별로 살펴보면 강남구, 마포구, 용산구, 성동구, 종로구, 광진구 등에서 거래가 많았다.
경매 시장에서도 꼬마빌딩 시장은 살아나는 추세다. 법원경매정보업체 지지옥션에 따르면 올해 5월 서울 지역 꼬마빌딩(감정 가격 75억원 이하 근린상가) 평균 낙찰가율은 116.2%였다.
경매 시장에서 꽤 안전자산으로 여겨지는 아파트 평균 낙찰가율(96.8%)보다도 높은 수준이다.
법원경매는 부동산 시장의 ‘바로미터’로 불린다. 경매 낙찰가율이 높아지고 있다는 점은 향후 꼬마빌딩 시장이 살아날 것으로 기대하는 사람이 많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
향후 전망은 어떨까
완벽한 회복까진 시간 걸릴 듯
부동산 업계는 서울 꼬마빌딩 시장만 놓고 보면 어느 정도 바닥을 찍은 상황으로 내다본다. 다만 완벽한 상승세로 돌아설 것인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우선 올해 들어 거래량이 증가 추세기는 하지만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여전히 낮은 수준이다. 지난해 1~4월 기준 서울 상업·업무용 빌딩 전체 거래량은 월평균 180~200건으로 올해 5월 대비 20% 이상 높다.
가격 상승 또한 여전히 제한적이다. 시장조사업체 밸류맵이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을 분석한 결과 1분기 서울 연면적 330~2000㎡ 건물 3.3㎡당 평균 가격은 9649만원으로 지난해 평균(9444만원)보다 약 2.2% 상승하는 데 그쳤다.
결정적으로 고금리 기조가 유지되고 있다는 점은 예비 매수자 입장에서 부담스러운 대목이다. 지난해 초만 해도 대출 금리가 3% 내외였지만 지금 꼬마빌딩을 대출받아 매입한다면 최소 5~6%를 적용해야 대출을 받을 수 있다. 타인 자본을 통해 매입하는 경우가 많은 꼬마빌딩 특성상 다른 부동산 상품과 비교해 금리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다.
여러 이유로 전문가들은 지금처럼 시장 상황이 안갯속일 때일수록 ‘보수적인 기조’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가령 예전처럼 대출 레버리지를 활용한 투자보다 가급적 현금을 활용하는 것이 낫다는 의견이다.
이전에는 20억~30억원 현금을 보유한 자산가가 대출 30억~40억원을 끼고 60억~70억원 꼬마빌딩을 매수했다면 지금은 대출 비중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조언이다.
적극적으로 매수를 검토하고 있는 투자자라면 관심 있는 지역을 미리 정하고 급매물을 꾸준히 관찰하는 것도 중요하다. 공사비 상승 영향으로 리모델링으로는 수익을 내기 쉽지 않은 만큼 이미 리모델링된 건물이나 준신축 건물 중 급하게 내놓은 매물을 고르는 것도 한 방법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현금을 보유한 자산가들은 옥석만 잘 가릴 수 있다면 지금이야말로 저평가된 급매물을 찾을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며 “올해 하반기부터 고금리 영향에 따른 경매 물건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경매 시장에 관심을 갖는 것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강승태
감정평가사[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19호 (2023.07.26~2023.08.01일자) 기사입니다]
https://n.news.naver.com/article/024/0000083574?cds=news_media_p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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