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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기의 상징으로 손가락질받던 재건축·재개발을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지고 있다. 정부가 정비사업 규제 완화에 본격적으로 시동을 걸면서다. 정부는 분양가상한제(분상제)를 개편한 데 이어 재건축 사업의 가장 큰 걸림돌로 여겨졌던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재초환)를 대폭 완화하기로 했고 연말까지는 안전진단 개선안도 마련한다. 이른바 ‘재건축 3대 대못(분상제·재초환·안전진단)’을 모두 손보는 대수술이 시작된 셈이다. 여기에 재개발 시장에서는 서울시가 창신·숭인 등 신속통합기획 민간 재개발 후보지 21곳을 통해 사업 속도를 내면서 정비업계 전반적으로 규제 완화 기대감이 높아졌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정비사업 규제 완화가 말로만 요란했지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함께 나온다.
서울 강남 재건축 상징으로 꼽히는 대치동 ‘은마아파트’ 재건축 계획안이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 심의를 통과했다. 재건축 조합설립 추진위원회(추진위)가 설립된 지 19년 만이고, 도계위에 최초 상정된 지 5년 만이다. (연합뉴스)
▶대치동 이어 여의도·압구정·목동 속도 낼까
최근 강남 재건축의 상징으로 꼽히던 대치동 ‘은마아파트’의 재건축 계획안이 통과되면서 시장이 들썩이고 있다.
서울시는 10월 19일 제11차 도시계획위원회(도계위)를 열고 은마아파트 재건축 정비계획안을 통과시켰다. 정비계획안이 도계위에 상정된 지 5년 만이자, 조합설립 추진위원회를 설립한 지 정확히 19년 만에 재건축 심의안이 통과됐다.
이번 서울시 결정으로 은마아파트는 현재 14층, 28개동, 4424가구인 단지를 최고 35층, 33개동, 5778가구로 재건축할 수 있게 됐다. 건폐율 50% 이하, 상한 용적률은 250% 이하가 적용된다. 재건축 후 들어서는 5778가구 중 678가구는 소형 임대주택으로 구성될 예정이다. 단지 내 근린공원, 문화공원, 공공청사도 들어선다.
은마아파트는 재건축 심의 통과까지 우여곡절이 참 많았다. 은마아파트가 재건축을 위한 추진위를 설립한 건 2003년. 안전진단에서 세 차례나 고배를 마셨고 2010년 3월, ‘4수’ 만에 조건부 재건축이 가능한 D등급을 받았다. 2017년 8월에는 최고 49층으로 재건축하는 안을 서울시에 제출했지만 서울시가 35층으로 제한을 두면서 심의 통과가 무산됐다. 그러다 지난해 오세훈 서울시장이 취임한 후 재건축 규제가 완화되며 사업이 다시 탄력을 받았고, 이번에 심의를 통과하게 됐다.
서울시가 오랜 기간 답보 상태였던 은마아파트 정비계획안을 전격 통과시킨 것은 최근 부동산 경기가 침체에 접어들면서 규제 완화에 대한 운신의 폭이 커졌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또 재건축·재개발을 활성화해 주택 공급을 꾸준히 확대하겠다는 윤석열정부와 오세훈 시장의 공약을 이행하는 차원이라는 의미도 지닌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은마아파트 심의 통과는 부동산 경기가 한풀 꺾여 집값을 자극할 것이라는 부담이 덜한 데다 ‘정비사업 활성화를 통한 주택 공급 확대’라는 정부 방침에도 부합해 혜택을 받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여의도동, 압구정동, 잠실동, 목동, 상계동 등 노후 아파트가 밀집한 지역에서도 재건축 사업에 탄력이 붙을 거라는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대못 뽑기’ 어디까지 왔나…재건축 부담금 반으로
그동안 정부는 재건축·재개발 관련 규제를 하나씩 풀어왔다. 올여름까지는 정비계획 수립과 인허가 과정 지원을 골자로 한 신속통합기획 재개발이 중심이었다면 올 하반기부터는 재건축 규제를 중점적으로 손질하는 모습이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9월 말 ‘국민 주거안정 실현방안(8·16 대책)’의 후속 조치로 초과이익 부담금 부과 규제를 대폭 완화하는 ‘재건축부담금 합리화 방안’을 발표했다. 2006년 제도 도입 후 한 번도 조정되지 않았던 부과 기준을 현실화하고, 부과 개시 시점을 조정하는 등 실수요자 부담을 덜어주겠다는 취지다.
재건축초과이익환수는 재건축 사업 기간 동안 오른 집값(공시가격)에서 개발 비용과 평균 집값 상승분을 뺀 초과이익을 부담금으로 물리는 제도다. 이익의 3000만원까지는 면제해주되 그 이상 초과이익에 대해 금액에 따라 10~50%까지 환수하도록 돼 있다. 2006년 도입돼 84개 단지에 부과 예정액이 통보됐지만, 두 차례 유예되면서 확정액은 부과되지 않았다.
방안에 따르면 부담금 면제 기준인 초과이익이 가구당 3000만원 미만에서 1억원 미만으로 완화됐다. 초과이익금에 따라 누진해 적용하는 부과 기준 구간도 2000만원 단위에서 7000만원 단위로 올렸다.
시장 예상과는 다르게 초과이익 산정 개시 시점을 조합설립 추진위원회 승인일에서 조합설립 인가일로 조정했다는 점도 눈에 띈다. 사업 초기 가격 상승분이 개발이익에 반영되지 않아 초과이익 자체가 줄어들고 부담금도 줄어드는 구조다. 이외에 1가구 1주택자에게는 보유 기간에 따라 6년 이상은 10%, 10년 이상이면 50%를 깎아준다. 고령자(만 60세 이상)는 해당 주택 처분 때까지 부담금 납부를 유예하기로 했다. 공공임대나 공공분양주택을 지어 처분한 매각대금은 초과이익 산입에서 제외된다.
일단 국토부 시뮬레이션 결과만 놓고 보면 전국 84개 단지에 부과되는 가구당 평균 부담금이 9800만원에서 4800만원으로 51% 경감될 것으로 보인다. 가구당 1억원 이상 고액 부담금 부과가 예정됐던 단지는 19개 단지에서 5개 단지로 줄어들 전망이다. 서울 서초구 반포3주구 10년 보유자의 경우 재건축 부담금이 종전 4억원에서 1억5800만원으로 60% 이상 줄어든다.
1기 신도시 범재건축연합회가 지난 10월 8일 ‘1기 신도시 재건축 대선 공약 이행’ 촉구 결의 대회를 하는 모습. 이날 범재건축연합회는 “1기 신도시가 죽어간다”며 검은색 상복 차림으로 시위를 벌였다. (연합뉴스)
▶‘4억→1.6억원’ 부담금 줄여도 반응은 싸늘
일단 시장은 이번 완화 조치로 기존 재건축 단지 기대감이 높아질 것으로 내다보는 분위기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과다한 재건축부담금 부과로 재건축 사업이 위축되거나 지연되는 부작용을 다소나마 줄일 수 있고 장기적으로 서울 등 도심 주택 공급 확대에도 긍정적인 효과가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반대 시각도 만만찮다. 재초환 제도가 도입된 지 16년 만에 완화되기는 했지만 부과율은 종전과 동일하게 50%로 유지돼 징벌적 과세 성격이 여전하다는 것이다. 또 최고 부과율 인하가 아니라 개시 시점을 조정하면서 조합마다 사업 속도에 따라 희비가 갈린다는 지적도 나온다. 일각에서 이번 재건축 부담금 합리화 방안이 국회 문턱을 넘더라도 재건축 시장에 큰 변화가 없을 것으로 내다보는 배경이다.
또 재초환 감면을 포함한 상당수 정책이 국회의 법 개정을 필요로 하는 만큼 향후 여야의 논의 과정을 지켜봐야 한다는 점도 변수다. 규제 완화를 두고 일각에서는 집주인 등 부자에게 과도한 혜택을 준다는 지적이 나오는 만큼 거대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의 반대에 부딪힐 가능성도 있다.
궁극적으로는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자체를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온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재건축 부담금은 본래 재건축을 억제하기 위해 만든 제도”며 “민간 정비사업을 활성화해 주택 공급을 늘리겠다는 현 정부 기조와 동떨어져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제도 폐지까지 고려해 정비사업 활성화를 포함한 민간 중심의 주택 공급 확대라는 정책 목표에 집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안전진단 완화는 언제?
또 다른 한편에서는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완화보다 정밀안전진단 규제 완화가 더 시급한 과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는 사업이 어느 정도 진행된 단지가 걱정할 사안이지만, 정작 부동산 시장에는 안전진단 문턱도 못 넘어 재건축 사업 초기부터 좌절하는 단지가 수두룩하기 때문이다.
정밀안전진단은 민간 업체가 수행하는 1차 검사, 그리고 1차 검사를 조건부 통과할 때 받는 2차 적정성 검토로 나뉜다. 2차 적정성 검토는 공공기관 몫이다. 2018년 3월 지난 정권에서 재건축 안전진단 구조 안전성 비중을 높이고(20% → 50%) 민간의 조건부 재건축 판정 후에도 건설기술연구원의 적정성 검토를 별도로 받게 하자 이후 3년간 안전진단에 통과한 단지는 5곳에 불과했다. 안전진단 요건이 강화되기 직전 3년 동안은 56곳이 통과했다. 서울 시내 주요 노후 단지들이 사업 첫 단추인 안전진단에서 줄줄이 미끄러지면서 재건축 진입문이 사실상 막혔다.
재건축 시장에서는 이런 안전진단 규제가 대폭 완화되지 않으면 정비사업이 진척을 보이기 어려울 것으로 우려한다. 특히 수도권 1기 신도시에서도 안전진단 규제 완화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거세게 나오고 있다. 지난 10월 18일 국토부가 성남시 분당구 주민을 대상으로 진행한 1기 신도시 주민간담회에서는 정부가 마스터플랜을 세우더라도 안전진단 규제가 풀리지 않으면 재건축이 요원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됐다. 간담회에 참가한 한 분당신도시 주민은 “재건축 사업이 진행되지 못하는 것은 세부적인 안전진단 규제 때문”이라며 “박근혜정부 당시에 시행했던 대대적인 안전진단 면제가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이번 정부는 안전진단 완화를 위한 연구용역을 연내 마무리해 주택 공급에 숨통을 틔운다는 계획이다. 오는 12월 초까지 용역 결과를 반영해 최종 방안이 나올 전망이다.
앞서 정부는 8·16 대책을 통해 재건축 안전진단 평가 시 구조 안전성 비중을 낮추는 등 개선 방안을 연내 마련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당시 정작 재건축 안전진단 완화 시점이 명확히 제시되지 않자 집값 상승을 우려해 정부가 규제 완화 속도 조절을 하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주택 시장이 안정 기조를 굳힘에 따라 시장을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가 희석된 만큼 안전진단 완화 시기도 연내 명시될 전망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앞당겨지거나 늦춰지지 않게 당초 발표대로 연내 재건축 안전진단 개선안을 마련해 발표할 것”이라고 밝혔다.
▶분상제 자재값·땅값 상승분 반영 역부족
재개발 사업지는 재건축보다 규제가 덜한 편이지만 여전히 주민들은 분양가상한제를 못마땅해 한다. 앞서 정부가 ‘분양가상한제 개편안’을 내놓으면서 사업 불확실성은 다소 해소됐지만 분양가 인상폭이 여전히 만족스럽지 못해서다.
정부는 앞서 6월 21일 발표한 ‘분양가 제도 운영 합리화 방안’에서 이주비 금융비용, 명도 소송비, 영업손실 보상비 등 정비사업 필수비용을 분양가에 반영하기로 했다. 자재값 상승분도 분양가에 반영할 수 있게 됐다. 그동안 분양가상한제와 고분양가 심사 제도 실수요자에게 신축 주택을 저렴하게 공급하는 장점도 있었지만 지나치게 규제가 강해 정비사업 조합과 건설사들이 분양을 미루는 요인으로 작용해 주택 공급 걸림돌이라는 지적을 받아왔다.
6·21 대책 발표로 그간 낮은 분양가에 발목 잡혀 분양을 미뤄왔던 강북 재개발 구역은 조금이나마 숨통이 트이기는 했다. 동대문구 이문3구역과 휘경3구역 재개발 사업지들은 분양가 산정 절차에 착수했다.
하지만 대폭 완화를 기대했던 조합이나 시공사들은 크게 실망했다는 후문이다. 국토부는 사업장에 따라 분양가가 최대 4% 상승할 것으로 분석했는데 조합·시공사들은 “자재값 인상분도 제대로 반영 안 됐다”며 반발한다. 관악구 봉천4-1-2구역 재개발 조합 관계자는 “정부 분양가상한제 개편안은 언 발에 오줌 누기에 불과하다”며 “집값이 떨어졌다고는 해도 여전히 분양가의 두 배 수준으로 시세가 형성돼 있기에 개편된 분양가상한제 역시 이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동대문구 이문1구역 재개발 조합 관계자도 “자재값이 15~20%씩 올랐는데 분양가가 고작 4%(개편안에 따른 분양가 평균 상승률) 오른다면 무슨 실익이 있겠냐”고 토로했다.
업계도 분양가상한제 개편안이 그동안 지체됐던 정비사업에 촉매제가 되기에는 역부족이라고 본다. 예컨대 강동구 둔촌주공의 경우 앞서 한국부동산원의 택지비 평가를 통해 예상된 일반분양가가 3.3㎡당 3700만원 선이었다. 하지만 이번 제도 개선을 통해 분양가가 정부 예상 평균치인 2%가량 오른다고 가정할 경우 3.3㎡당 74만원이 상승한다. 전용 84㎡ 기준으로 분양가가 약 2500만원가량 오르는 데 그친다. 여기에다 이번 기본형 건축비 예상 상승분(0.5%)을 합하면 상승률은 2%에도 못 미친다는 것이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분양가의 70% 이상을 택지비가 차지하는 상황에서 비중이 낮은 건축비와 택지 가산비 미세조정 수준으로는 충분치 않다”며 “땅값을 올려주지 않는 한 큰 인상 효과는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181호 (2022.10.26~2022.11.01일자) 기사입니다]
▶대치동 이어 여의도·압구정·목동 속도 낼까
최근 강남 재건축의 상징으로 꼽히던 대치동 ‘은마아파트’의 재건축 계획안이 통과되면서 시장이 들썩이고 있다.
서울시는 10월 19일 제11차 도시계획위원회(도계위)를 열고 은마아파트 재건축 정비계획안을 통과시켰다. 정비계획안이 도계위에 상정된 지 5년 만이자, 조합설립 추진위원회를 설립한 지 정확히 19년 만에 재건축 심의안이 통과됐다.
이번 서울시 결정으로 은마아파트는 현재 14층, 28개동, 4424가구인 단지를 최고 35층, 33개동, 5778가구로 재건축할 수 있게 됐다. 건폐율 50% 이하, 상한 용적률은 250% 이하가 적용된다. 재건축 후 들어서는 5778가구 중 678가구는 소형 임대주택으로 구성될 예정이다. 단지 내 근린공원, 문화공원, 공공청사도 들어선다.
은마아파트는 재건축 심의 통과까지 우여곡절이 참 많았다. 은마아파트가 재건축을 위한 추진위를 설립한 건 2003년. 안전진단에서 세 차례나 고배를 마셨고 2010년 3월, ‘4수’ 만에 조건부 재건축이 가능한 D등급을 받았다. 2017년 8월에는 최고 49층으로 재건축하는 안을 서울시에 제출했지만 서울시가 35층으로 제한을 두면서 심의 통과가 무산됐다. 그러다 지난해 오세훈 서울시장이 취임한 후 재건축 규제가 완화되며 사업이 다시 탄력을 받았고, 이번에 심의를 통과하게 됐다.
서울시가 오랜 기간 답보 상태였던 은마아파트 정비계획안을 전격 통과시킨 것은 최근 부동산 경기가 침체에 접어들면서 규제 완화에 대한 운신의 폭이 커졌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또 재건축·재개발을 활성화해 주택 공급을 꾸준히 확대하겠다는 윤석열정부와 오세훈 시장의 공약을 이행하는 차원이라는 의미도 지닌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은마아파트 심의 통과는 부동산 경기가 한풀 꺾여 집값을 자극할 것이라는 부담이 덜한 데다 ‘정비사업 활성화를 통한 주택 공급 확대’라는 정부 방침에도 부합해 혜택을 받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여의도동, 압구정동, 잠실동, 목동, 상계동 등 노후 아파트가 밀집한 지역에서도 재건축 사업에 탄력이 붙을 거라는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대못 뽑기’ 어디까지 왔나…재건축 부담금 반으로
그동안 정부는 재건축·재개발 관련 규제를 하나씩 풀어왔다. 올여름까지는 정비계획 수립과 인허가 과정 지원을 골자로 한 신속통합기획 재개발이 중심이었다면 올 하반기부터는 재건축 규제를 중점적으로 손질하는 모습이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9월 말 ‘국민 주거안정 실현방안(8·16 대책)’의 후속 조치로 초과이익 부담금 부과 규제를 대폭 완화하는 ‘재건축부담금 합리화 방안’을 발표했다. 2006년 제도 도입 후 한 번도 조정되지 않았던 부과 기준을 현실화하고, 부과 개시 시점을 조정하는 등 실수요자 부담을 덜어주겠다는 취지다.
재건축초과이익환수는 재건축 사업 기간 동안 오른 집값(공시가격)에서 개발 비용과 평균 집값 상승분을 뺀 초과이익을 부담금으로 물리는 제도다. 이익의 3000만원까지는 면제해주되 그 이상 초과이익에 대해 금액에 따라 10~50%까지 환수하도록 돼 있다. 2006년 도입돼 84개 단지에 부과 예정액이 통보됐지만, 두 차례 유예되면서 확정액은 부과되지 않았다.
방안에 따르면 부담금 면제 기준인 초과이익이 가구당 3000만원 미만에서 1억원 미만으로 완화됐다. 초과이익금에 따라 누진해 적용하는 부과 기준 구간도 2000만원 단위에서 7000만원 단위로 올렸다.
시장 예상과는 다르게 초과이익 산정 개시 시점을 조합설립 추진위원회 승인일에서 조합설립 인가일로 조정했다는 점도 눈에 띈다. 사업 초기 가격 상승분이 개발이익에 반영되지 않아 초과이익 자체가 줄어들고 부담금도 줄어드는 구조다. 이외에 1가구 1주택자에게는 보유 기간에 따라 6년 이상은 10%, 10년 이상이면 50%를 깎아준다. 고령자(만 60세 이상)는 해당 주택 처분 때까지 부담금 납부를 유예하기로 했다. 공공임대나 공공분양주택을 지어 처분한 매각대금은 초과이익 산입에서 제외된다.
일단 국토부 시뮬레이션 결과만 놓고 보면 전국 84개 단지에 부과되는 가구당 평균 부담금이 9800만원에서 4800만원으로 51% 경감될 것으로 보인다. 가구당 1억원 이상 고액 부담금 부과가 예정됐던 단지는 19개 단지에서 5개 단지로 줄어들 전망이다. 서울 서초구 반포3주구 10년 보유자의 경우 재건축 부담금이 종전 4억원에서 1억5800만원으로 60% 이상 줄어든다.
▶‘4억→1.6억원’ 부담금 줄여도 반응은 싸늘
일단 시장은 이번 완화 조치로 기존 재건축 단지 기대감이 높아질 것으로 내다보는 분위기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과다한 재건축부담금 부과로 재건축 사업이 위축되거나 지연되는 부작용을 다소나마 줄일 수 있고 장기적으로 서울 등 도심 주택 공급 확대에도 긍정적인 효과가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반대 시각도 만만찮다. 재초환 제도가 도입된 지 16년 만에 완화되기는 했지만 부과율은 종전과 동일하게 50%로 유지돼 징벌적 과세 성격이 여전하다는 것이다. 또 최고 부과율 인하가 아니라 개시 시점을 조정하면서 조합마다 사업 속도에 따라 희비가 갈린다는 지적도 나온다. 일각에서 이번 재건축 부담금 합리화 방안이 국회 문턱을 넘더라도 재건축 시장에 큰 변화가 없을 것으로 내다보는 배경이다.
또 재초환 감면을 포함한 상당수 정책이 국회의 법 개정을 필요로 하는 만큼 향후 여야의 논의 과정을 지켜봐야 한다는 점도 변수다. 규제 완화를 두고 일각에서는 집주인 등 부자에게 과도한 혜택을 준다는 지적이 나오는 만큼 거대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의 반대에 부딪힐 가능성도 있다.
궁극적으로는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자체를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온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재건축 부담금은 본래 재건축을 억제하기 위해 만든 제도”며 “민간 정비사업을 활성화해 주택 공급을 늘리겠다는 현 정부 기조와 동떨어져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제도 폐지까지 고려해 정비사업 활성화를 포함한 민간 중심의 주택 공급 확대라는 정책 목표에 집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안전진단 완화는 언제?
또 다른 한편에서는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완화보다 정밀안전진단 규제 완화가 더 시급한 과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는 사업이 어느 정도 진행된 단지가 걱정할 사안이지만, 정작 부동산 시장에는 안전진단 문턱도 못 넘어 재건축 사업 초기부터 좌절하는 단지가 수두룩하기 때문이다.
정밀안전진단은 민간 업체가 수행하는 1차 검사, 그리고 1차 검사를 조건부 통과할 때 받는 2차 적정성 검토로 나뉜다. 2차 적정성 검토는 공공기관 몫이다. 2018년 3월 지난 정권에서 재건축 안전진단 구조 안전성 비중을 높이고(20% → 50%) 민간의 조건부 재건축 판정 후에도 건설기술연구원의 적정성 검토를 별도로 받게 하자 이후 3년간 안전진단에 통과한 단지는 5곳에 불과했다. 안전진단 요건이 강화되기 직전 3년 동안은 56곳이 통과했다. 서울 시내 주요 노후 단지들이 사업 첫 단추인 안전진단에서 줄줄이 미끄러지면서 재건축 진입문이 사실상 막혔다.
재건축 시장에서는 이런 안전진단 규제가 대폭 완화되지 않으면 정비사업이 진척을 보이기 어려울 것으로 우려한다. 특히 수도권 1기 신도시에서도 안전진단 규제 완화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거세게 나오고 있다. 지난 10월 18일 국토부가 성남시 분당구 주민을 대상으로 진행한 1기 신도시 주민간담회에서는 정부가 마스터플랜을 세우더라도 안전진단 규제가 풀리지 않으면 재건축이 요원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됐다. 간담회에 참가한 한 분당신도시 주민은 “재건축 사업이 진행되지 못하는 것은 세부적인 안전진단 규제 때문”이라며 “박근혜정부 당시에 시행했던 대대적인 안전진단 면제가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이번 정부는 안전진단 완화를 위한 연구용역을 연내 마무리해 주택 공급에 숨통을 틔운다는 계획이다. 오는 12월 초까지 용역 결과를 반영해 최종 방안이 나올 전망이다.
앞서 정부는 8·16 대책을 통해 재건축 안전진단 평가 시 구조 안전성 비중을 낮추는 등 개선 방안을 연내 마련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당시 정작 재건축 안전진단 완화 시점이 명확히 제시되지 않자 집값 상승을 우려해 정부가 규제 완화 속도 조절을 하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주택 시장이 안정 기조를 굳힘에 따라 시장을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가 희석된 만큼 안전진단 완화 시기도 연내 명시될 전망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앞당겨지거나 늦춰지지 않게 당초 발표대로 연내 재건축 안전진단 개선안을 마련해 발표할 것”이라고 밝혔다.
▶분상제 자재값·땅값 상승분 반영 역부족
재개발 사업지는 재건축보다 규제가 덜한 편이지만 여전히 주민들은 분양가상한제를 못마땅해 한다. 앞서 정부가 ‘분양가상한제 개편안’을 내놓으면서 사업 불확실성은 다소 해소됐지만 분양가 인상폭이 여전히 만족스럽지 못해서다.
정부는 앞서 6월 21일 발표한 ‘분양가 제도 운영 합리화 방안’에서 이주비 금융비용, 명도 소송비, 영업손실 보상비 등 정비사업 필수비용을 분양가에 반영하기로 했다. 자재값 상승분도 분양가에 반영할 수 있게 됐다. 그동안 분양가상한제와 고분양가 심사 제도 실수요자에게 신축 주택을 저렴하게 공급하는 장점도 있었지만 지나치게 규제가 강해 정비사업 조합과 건설사들이 분양을 미루는 요인으로 작용해 주택 공급 걸림돌이라는 지적을 받아왔다.
6·21 대책 발표로 그간 낮은 분양가에 발목 잡혀 분양을 미뤄왔던 강북 재개발 구역은 조금이나마 숨통이 트이기는 했다. 동대문구 이문3구역과 휘경3구역 재개발 사업지들은 분양가 산정 절차에 착수했다.
하지만 대폭 완화를 기대했던 조합이나 시공사들은 크게 실망했다는 후문이다. 국토부는 사업장에 따라 분양가가 최대 4% 상승할 것으로 분석했는데 조합·시공사들은 “자재값 인상분도 제대로 반영 안 됐다”며 반발한다. 관악구 봉천4-1-2구역 재개발 조합 관계자는 “정부 분양가상한제 개편안은 언 발에 오줌 누기에 불과하다”며 “집값이 떨어졌다고는 해도 여전히 분양가의 두 배 수준으로 시세가 형성돼 있기에 개편된 분양가상한제 역시 이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동대문구 이문1구역 재개발 조합 관계자도 “자재값이 15~20%씩 올랐는데 분양가가 고작 4%(개편안에 따른 분양가 평균 상승률) 오른다면 무슨 실익이 있겠냐”고 토로했다.
업계도 분양가상한제 개편안이 그동안 지체됐던 정비사업에 촉매제가 되기에는 역부족이라고 본다. 예컨대 강동구 둔촌주공의 경우 앞서 한국부동산원의 택지비 평가를 통해 예상된 일반분양가가 3.3㎡당 3700만원 선이었다. 하지만 이번 제도 개선을 통해 분양가가 정부 예상 평균치인 2%가량 오른다고 가정할 경우 3.3㎡당 74만원이 상승한다. 전용 84㎡ 기준으로 분양가가 약 2500만원가량 오르는 데 그친다. 여기에다 이번 기본형 건축비 예상 상승분(0.5%)을 합하면 상승률은 2%에도 못 미친다는 것이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분양가의 70% 이상을 택지비가 차지하는 상황에서 비중이 낮은 건축비와 택지 가산비 미세조정 수준으로는 충분치 않다”며 “땅값을 올려주지 않는 한 큰 인상 효과는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181호 (2022.10.26~2022.11.01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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